남성의 이유 있는 여성폄하
남성의 이유 있는 여성폄하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1.03 00:00
  • 호수 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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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금란 편집국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라는 속담이 있다. ‘남의 일에 쓸데없이 간섭하지 말고 자기 이익이나 얻도록 한다’는 뜻이다.

우리신문 지난 주 기사 ‘서천 여성계 뜨겁다 뜨거워!’ 제하의 글 중, 김창규 의원의 보건소장 관련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이 발언에 문제제기 한 두 여성이 불똥을 맞고 있다.

“김 의원은 모 보건진료원과의 대화 중 “보건소장이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가”라며 “여자가 보건소장을 하는 건 그렇고 남성이 굵직굵직한 일을 잘하지 않느냐”고 발언했다는 것이다”는 기사 글에 보건진료원, 보건진료소장이라는 사람들이 문제제기하고 나선것이다.

핵심은 김 의원의 여성폄하인데 화살은 엉뚱하게 돌아갔다. 보건진료원들은 동료이자 모임회장인 J씨에게 “왜 이런 말을 해서 신문에 ‘보건진료원’이란 게 나오게 했느냐, 당신 하나 때문에 우리가 불이익 받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항의를 했고, 모임 도중 김 의원에게 사과하라며 K씨가 김 의원에게 전화해 모임자리에 불러냈다는 것이다.

이에 J씨는 “회원들의 요구가 있어서 신문에 보도되게 된 점을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의원은 “자기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퍼트려서 사과한 것”으로 받아들여 노인대학 강의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그러나 J씨는 완강하게 “분명히 김 의원은 여자가 보건소장 하는 건 그렇고…, 하는 발언은 사실이며 사과의 뜻은 둘이 허물없이 한 말을 사석에서 한 것이 보도돼 미안하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여성과 관련 된 것은 “조순희 군의원도 ‘전에는 내가 당사자라 내선에서 사과 하는 것으로 끝냈지만 이번에는 여성계를 통해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김창규 의원은 제2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언급하며 “그 때 황배원 의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고, 다른 의원들도 내 말에 공감했는데 조순희 의원이 나중에 문제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로 이미 조 의원의 요구에 대해 김 의원이 사과한 사안이다.

이번에 다시 김 의원의 여성폄하발언 파문에 대해 이상만 의장은 “다른 건 몰라도 조순희 의원이 동료의원에 대해 그렇게 말한 것이 보도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군의회 의장으로서 김창규 의원의 발언의 진의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여성폄하 발언쯤은 문제가 안 된다’는 식으로 비춰졌다.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급기야 조순희 의원은 기자에게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자제를…(해달라)”는 주문을 해오기에 이른다. 공인의 실명까지 지면에서 사라진다면 독자들은 무슨 맛으로 신문을 읽겠는가,  기사의 사실성 확보에도 필요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뒷전인 채 자신들에게 불이익이나 돌아오지 않을까, 알량한 명예에 먹칠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결국 보건진료원들은 만일에 있을 김 의원의 보복(?)이 두려워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할 상대를 모셔놓고 회장에게 사과를 시킨 꼴이다.

회장이 총대를 메고, 여성의원과 언론이 힘을 보탰다. 여성운동가가 돼 달라 한 것도 아닌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일이지 초를 쳐도 한참 쳤다.

바라던 여성계의 움직임은 고사하고 더욱 처절한 분열을 맛 봤으니 딱한 일이다.
남성우월주의가 뼛속까지 벤 여성들 때문에 당분간은 애꿎은 여성들이 이유 있는 홀대를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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