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준 선물 ‘노년’
하늘이 준 선물 ‘노년’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1.03 00:00
  • 호수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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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열 칼럼위원

예순을 넘겼다. 이젠 아무의 관심도 끌지 못하는 존재감 없는 존재다. 이렇게 빨리 늦가을이 찾아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세월한테 내가 속은 것만 같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담론이 풍성해지면서 사회에 짐스런 존재로 내비칠까봐 오래 사는 게 미안한 생각조차 든다. 그래서 그런지 내 표정 어딘가엔 주눅이 들어 있어 보인다.

노화는 생의 불필요한 과정. 굼뜨고 추한 것. 때로는 혐오의 대상. 나와는 무관한 일로만 여겨 천년만년 살 것 같은 ‘포커페이스’의 세월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그러니 노년의 생활에 대해 언제 한번 구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짚어봤을 리 없었다. ‘젊다고 너 잘난 척 하더니, 그럴 줄 알았
어. 늙어 봐라. 그 맛이 어떤지’ 요즘 어디선가 자꾸만 이런 환청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과연 늙음은 젊음의 저울로 달아서 버려야 할 그 무엇일까?

생명은 잉태하는 순간 노화의 과정을 밟는다. 성장과 노화, 젊음과 늙음은 한 몸 안에 존재한다. 인생의 어느 시기는 다른 시기와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 젊은 모습에는 이미 노년이 잉태되어 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노인은 분명히 내일의 내 모습이다.

어찌 늙음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노년은 아무나 맞을 수 없다. 노년의 삶을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얼마든지 있다. 사고와 질병에서 살아남아야 노년을 맞을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노년은 하늘이 준 축복이요 선물이다.

욕망에 시달리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으니 이젠 마지막 남은 생의 한 토막을 안으로 관조하며 여유롭게 살고 싶다. 책 한권, 차 한 잔, CD 한 장이면 하루해를 족히 보낼 수 있다. 오늘도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없고, 꼭 해야 할 일이 없는 한가로운 노년의 내 삶이 좋기만 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나이 든 것에 대해서 유쾌하게 말할 수 있다.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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