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우열 칼럼위원 | ||
고령화 사회에 대한 담론이 풍성해지면서 사회에 짐스런 존재로 내비칠까봐 오래 사는 게 미안한 생각조차 든다. 그래서 그런지 내 표정 어딘가엔 주눅이 들어 있어 보인다.
노화는 생의 불필요한 과정. 굼뜨고 추한 것. 때로는 혐오의 대상. 나와는 무관한 일로만 여겨 천년만년 살 것 같은 ‘포커페이스’의 세월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그러니 노년의 생활에 대해 언제 한번 구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짚어봤을 리 없었다. ‘젊다고 너 잘난 척 하더니, 그럴 줄 알았
어. 늙어 봐라. 그 맛이 어떤지’ 요즘 어디선가 자꾸만 이런 환청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과연 늙음은 젊음의 저울로 달아서 버려야 할 그 무엇일까?
생명은 잉태하는 순간 노화의 과정을 밟는다. 성장과 노화, 젊음과 늙음은 한 몸 안에 존재한다. 인생의 어느 시기는 다른 시기와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 젊은 모습에는 이미 노년이 잉태되어 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노인은 분명히 내일의 내 모습이다.
어찌 늙음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노년은 아무나 맞을 수 없다. 노년의 삶을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얼마든지 있다. 사고와 질병에서 살아남아야 노년을 맞을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노년은 하늘이 준 축복이요 선물이다.
욕망에 시달리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으니 이젠 마지막 남은 생의 한 토막을 안으로 관조하며 여유롭게 살고 싶다. 책 한권, 차 한 잔, CD 한 장이면 하루해를 족히 보낼 수 있다. 오늘도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없고, 꼭 해야 할 일이 없는 한가로운 노년의 내 삶이 좋기만 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나이 든 것에 대해서 유쾌하게 말할 수 있다.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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