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맛을 찾고 싶어요”
“할머니 손맛을 찾고 싶어요”
  • 최현옥
  • 승인 2002.06.27 00:00
  • 호수 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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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시장 ‘최고급’ 도전
잃어버린 제국를 찾아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만화속 주인공처럼 천오백년전 역사의 전통명주인 한산 소곡주를 찾아 고독한 싸움을 하는 나장연씨(37·한산면 지현리)를 찾았다.
나씨의 집안에 들어서자 연, 사자, 북형, 주자 등 다양한 모양의 주병 도자기가 먼저 반긴다.
"한산 소곡주는 천오백년의 역사를 보유한 전통주여서 아무데나 담을 수 없었다"는 나씨는 기존의 단순한 주병의 형태를 벗어나 전통성을 살리는 주병의 형태를 연구하던 중 7년 전 유선병을 개발한 후 지금까지 1백여종을 디자인 성형하였으며 그중 20여종만이 세상의 빛을 보고 있다. 또한 나씨는 전통모양으로 주병을 디자인하고 상업성이 짙은 백토보다 분청토를 사용하여 공방에서 소량 생산함으로 예술성을 높여 품격을 더하고 고급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의 이런 노력은 하늘도 감동했는지 얼마전 충남에서 공모한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몸통은 전통가구인 문갑을 응용하고 뚜껑은 촛대 모양으로 만든 주병이 대상을 차지했다.
실용성과 조형성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은 한산소곡주 선물세트는 음용의 기능보다는 외국의 고급술처럼 집안에 장식용품으로 사용되며 소규모 형태를 취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세트화 함으로 손쉽게 구입하도록 하였다.
나씨가 이토록 마음놓고 디자인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은 기산면 신산리에 위치한 호선공방의 덕이 크다. 타 지역의 백화, 월강처럼 큰 곳에서 대량생산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가마가 커서 물량 맞추기도 손쉽지만 가까운 지역의 도방을 이용하면 지역의 것을 그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민과 함께 간다는 것에 믿음이 생겼다.
소곡주는 감미, 산미, 신미, 고미, 지미, 청량미 등과 색택, 향취, 침강도 및 비탁도의 균형이 잘 어울려야하며 자연 생성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기온상승으로 인하여 보존에 견디지 못하므로 상품화에 어려움이 많다. 이에 나씨는 어머니 우희열씨(64)와 함께 문헌에 입각하여 솥뚜겅을 엎어놓고 소주를 내려 마셔왔던 제조비법 그대로 한산 소곡주를 소주로 내려 불소주를 생산, 저장성을 높였다. 또한 얼마전 관광기념품 대상을 받은 선물세트에도 불소주를 담아 언제든 음용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불소주는 생산단가가 높아 대중화에 어려움을 느낀 나씨는 소곡주의 도수를 18도에서 13도로 낮추어 식탁용을 개발했다. 이 순소곡주는 7월 1일짜로 PP병으로 제작 부산으로 출고를 앞두고 있으며 일본에도 수출을 계획중이라 현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나씨의 이런 성과는 민속주 시장 점유율 0.2%의 한계 극복을 위한 젊음의 패기로 세계화에 도전한 숨은 노력의 결과이다.
나씨는 요즘 전통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며 소곡주를 빚자는 소신이 대기오염과 토종 재료의 희소성으로 옛 술맛을 잃어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다행히 아직까지 한산의 수질은 전국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천연수로 염분이 전혀 없고 철분이 함유되어 있지만 우물이 점점 사라져 걱정이다. 또한 우후죽순 식으로 늘어나는 특산주는 민속주의 이미지를 해치고 있으므로 민속주의 주질을 개선하고 주세를 낮추어 가격 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양곡이 저렴하게 조달돼야 한다는 것이 나씨의 주장.
"할머니의 손맛 그대로 소곡주의 깊고 그윽한 향과 맛이 깃들도록 술을 빚고 싶다"는 나씨는 천오백년전 백제인의 한과 기쁨이 담긴 소곡주 생산을 위해 오늘도 행군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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