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와 사리
공리와 사리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15 00:00
  • 호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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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인 식
우송정보대학 교수

I

옛날 어느 나라에 전쟁이 났다. 외부세력이 갑자기 쳐 들어온 것이다. 이때에 국가경영을 책임 진 왕과 신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는가? 당연히 침입자에 맞서 나라를 지켜야 하겠지만 만약 힘이 약해 밀린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모두가 하나 되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가? 아님 후일을 기약하며 귀한 혈통만은 보존하겠다고 왕(王) 정도는 피신시켜야 하는가? 분명코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역사적으로 많은 이들을 알고 있다. 공리(公利)와 사리(私利)의 차이를 넘어선 영웅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II

인류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 중의 하나는 분업화 구조형성일지도 모른다. 수렵사회와 농경사회를 거쳐 공업사회와 정보사회를 맞이하면서 집단 중심보다는 개인을 바탕으로 한 능력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분명코 여기엔 많은 장단점이 있겠지만 놀라운 사실도 숨어 있다.

바로 공공이익을 가장한 사리사욕이요, 반드시 개인희생을 요구하는 공공이익이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경찰이 도둑을 잡고 있거나 아님 누군가 경찰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과연 나는 경찰을 도우며 공의(公義)를 위해 앞장 설 수 있는가? 또는 남의 일에는 절대 참견하지 말자며 바로 피해 버릴 것인가? 아님 가짜 경찰을 만나 고생해야 하는가?

III

강의를 끝낼 무렵, 학업내용에 대해 질문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 학생이 진지하게 질문을 한다. 그런데 주위의 반응들이 갑자기 이상해진다. 이 때문에 수업이 늦게 끝날 것 같다고 모두들 핀잔을 주는 눈치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수를 설득시켜야 하는가? 소수를 따로 지도해야 하는가?

그런데 문제는 내가 전혀 모르는 아주 어려운 내용이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솔직히 인정하며 잘 모르겠다고 고백해야 하나 아님 순간의 재치로써 해당 학생에게만 별도로 대응하는 척 해야 하나? 혹여 내 체면유지를 위해 면박성 답변으로 이 위기를 잘 모면해야 하는 것 아닌가?

IV

혹시 본인의 뜻이 그릇되게 이해되거나 본질이 왜곡되어 고생해 본 적이 있습니까? 또는 사실이 아닌 일로써 분하고 답답해 본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나쁜 꾀로써 남을 어려운 처지에 빠뜨려 본적이 있습니까? 바로 오해와 누명, 모함과 시기, 질투와 연관되어 본적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여기에는 반드시 두 명의 내가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이다. 그러나 난 늘 피해자라고만 여기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늘 미흡하다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자기를 남보다 못하다거나 낮추어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사람이 잘 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을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 내리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진정 남이 잘 되는 것을 샘하여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V

은혜와 감사는 흐르는 물에 새기고 분노와 원수는 돌에 새겨 가면서까지 어리석은 세상살이는 하고 싶지 않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여유로워 보이고 싶다. 빠른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시간이 쌓이고 있음을 즐기고도 싶다. 그 방편중의 하나로 생각해 본 것이 바로 사리이타(私利利他)요 애기애타(愛己愛他)가 아닌 가 싶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객관타당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꾸려나갈 때, 바로 이것이 자존심이자 동시에 사회예절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내년에는 좀 더 솔직해지고 싶다. 그리고 내가 맡은 일에 더욱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 개인의 행복이 모여 사회의 행복이 된다는 새로운 깨달음으로 말이다. 행복하세요? 행복 합시다!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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