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대로 갈 수 없다.
미국식대로 갈 수 없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22 00:00
  • 호수 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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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우 열 / 칼럼위원

미국은 부자나라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복지국가는 아니다.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서 국민의 80%가 생활이 녹록치 못한 하위계층이다. 미국의 부자들은 미국 안의 또 다른 미국에서 산다.

그들은 도시의 특정 지역이나 풍광이 좋은 한적한 곳에 그들만의 거주공동체를 만들어 놓고 사설경비원까지 고용해가며 딴 세상에 살고 있다.

부유층의 안전을 지키는 사설 경비원 수는 국가 경찰보다도 많다.

미국 고용 인력의 2.6%나 된다니, 부자들이 얼마나 몸조심하며 사는지 짐작이 간다. 부의 양극화는 그대로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는 자립형 사립학교는 천문관, 실내 수영장, 폐쇄회로 TV스튜디오, 첨단 과학연구실 등을 갖추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

하위층 자녀들이 다니는 공립학교는 별다른 시설도 없이 비좁은 공간에서 아이들만 북적댄다.

사회가 극도로 양극화되어 있어도 갈등 없이 사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국토도 넓고 문화적 정체성이 다른 여러 민족이 뒤섞여 사는 다원적 이민국가라서 시민 상호간에 운명 공동체란 연대감이 희박하다.

내 능력껏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미국의 자본주의는 그들의 토양에 맞는 제도일 수도 있다.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빈부의 격차가 심각하게 진행된 나라는 한국뿐이다. 서민 정부라는 노무현 정권 아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부의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졌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국민의 40%가 집도 절도 없이 전세, 사글세로 전전긍긍하며 산다.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가 850만이 넘는다. 그래서 현 정권에 대해 좌파적 신자유주의라는 말도 생겼다. 우리 사회가 미국식대로 가고 있다.

그래도 좋은가. 결코 아니다! 우리는 비좁은 국토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단일 민족 국가다.

구성원 상호간에 운명 공동체라는 끈끈한 요소가 많다. 한 다리 건너면 서로가 사돈의 팔촌이 되고 마는 동질화된 사회다. 아직도 우리 의식에는 농경 사회적 전통이 살아 있다. 그래서 사회의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불안한 요인이다. 우리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그대로 갖고 갈 수 없다.

미래의 로드맵을 미국식 자본주의 형태로 갈 것인가, 유럽식 복지국가로 갈 것인가. 아직도 정치적 담론만 무성할 뿐이다.

보수적인 기득권층은 물론 미국식으로 가고 싶어 하고, 가진 것이 없는 서민층은 유럽식 복지국가로 가고 싶어 한다. 내년이면 대선 정국이다. 진보와 보수 간에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내년 대선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땅의 서민들이여, 진보와 보수. 그렇다면 그대는 어느 편인가.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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