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당한 ‘홈 스쿨러’”
“나는 당당한 ‘홈 스쿨러’”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6.12.29 00:00
  • 호수 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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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기업’이 대학에 가다
1년 만에 고입·대입 검정고시 합격
   
▲ 13세에 대학에 합격했지만 여느 13세 소년들처럼 앳되기만 한 나기업 군, 대학졸업 후 대학원에서는 첼로를 전공할 계획으로 틈틈이 연주하고 있다.
13살의 어린나이로 한남대학교 국제학부 ‘린튼 글로벌칼리지’ 수시 외국어 특별전형으로 합격한 도내 최연소 대학합격자가 서천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마서면 남전리 나기업 군으로 지난해 중학교 1학년을 다니다 ‘홈 스쿨’에 관심을 갖고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했다. 이에 대해 “대학을 좀 더 일찍 가고 싶었던 저에게는 중, 고등학교 6년 과정이 좀 지루하게 느껴져서 ‘홈 스쿨’을 택했고 그 결과 일찍 대학에 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기업 군은 지난해 10월부터 집에서 공부하기 시작해 올해 고입,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서 외국어공인시험 토익에서 780점을 받았다.

기업 군의 오늘이 있기까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조향순 씨와 서울대 법대 출신 아버지 나우열 씨의 도움도 있었지만, EBS 교육방송이나 인터넷 강의를 통해 학과공부에 집중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업 군은 스스로 ‘홈 스쿨러(home schooler)라고 한다. 덕분에 지난 1년 동안 ‘왜 너 학교 안 갔니?’ ‘너 참 이상한 애다. 학교 안다니고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뭐하냐?’ 등의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고 한다. 그 때마다 ‘홈 스쿨’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하기가 곤혹스러웠다며 제도권 밖에서 혼자 공부하는 게 우리 풍토에선 아직도 어색한 현실임을 반영했다.

기업 군은 ‘홈 스쿨’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일단 “집도 공부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방송으로 충분히 공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집에서 마음껏 책도 읽고 취미생활도 하며 보낸 지난 1년이 참 좋았다”고 말한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홈 스쿨’ 하는 학생이 수천 명에 이르고,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며, 현재 ‘홈 스쿨러’들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대학의 문이 열려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미국은 학교폭력과 마약 때문에 홈스쿨 학생이 250만 명이 넘어 전체 학생의 10%가 넘는다”고 변화하는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움의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홈 스쿨’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는 게 기업 군의 생각이다.

덧붙여 1년 동안의 ‘홈 스쿨’을 통해 얻은 경험을 들려줬다. “제도권 밖에서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자립심을 키울 수도 있지만,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으니 ‘홈 스쿨’은 빠른 시간 내에 끝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또 편견 속에서 홈 스쿨을 택한 친구들에 대한 응원에 대한 말을 꼭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홈 스쿨링 하는 친구들이여, 힘내세요! 우리는 결코 아웃사이더가 아닙니다. 가정도 좋은 학교란 것을 잊지 맙시다.”고.

기업 군은 애초 또래보다 2년 일찍 중학교에 들어갔고, 또 ‘홈 스쿨’을 선택해 소원대로 13세에 대학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이다. 어린나이의 대학생활을 앞두고 걱정이 없진 않으련만 “나이가 적어 대학에 가면 어려움도 있겠지만, 형들과 함께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자신 있게 해나갈 수 있다”며 당찬 꿈에 부풀어 있다.

지금은 외국어 특별전형으로 강의가 100%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학부에 입학했지만, 졸업 후 대학원에서는 “첼로에 빠져보고 싶다”고 했다.
기업 군은 현재 어머니의 근무지를 따라 청양군에 거주하고 있으며 본지 청소년칼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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