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의 변신은 무죄”
“모시의 변신은 무죄”
  • 최현옥
  • 승인 2002.07.04 00:00
  • 호수 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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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하고 섬세한
모시의 변신을 위해
한 올 한 올 정성을
기울이는 백씨는
선녀의 모습
그 자체였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청포도의 일부분-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 한산 건지산성 자락은 모시풀 줄기의 질긴 껍질 섬유를 잠자리 날개보다 더 가는 세모시로 탄생시키는 민초가 꽃피는 시기다. 인간승리의 결정체인 한산세모시에 완숙미와 실용성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는 백송배씨(57·서천읍 군사리). 그녀의 재봉틀은 오늘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모시는 청아하고 섬세한 멋이 있지만 자칫 그 고귀함이 대중화의 장애로 다가올 수 있어요”
전 생활용품의 모시화를 꿈꾸는 백씨는 모시는 한 올 한 올마다 수작업으로 진행되어 여성들의 한이 깃든 예술품이라며 그 섬세함과 우아함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모시는 제품 자체가 고가이고 관리가 어렵다는 편협한 생각이 대중화에 걸림돌이 된다”며 모시의 가치는 가치대로 인정하고 실용성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그녀는 과거 조상들이 모시를 이용하여 옷, 식탁보 등을 만들었던 것을 더욱 발전시켜 가방, 모자, 핸드폰 주머니, 넥타이 등 모시 활용방안에 다양화와 실용성을 추구하며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백씨가 모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할머니가 혼수로 준 모시를 전에 배운 양장 기술을 활용하여 옷을 만들어 입으면서다. 일제시대를 거치며 사람들의 손에서 떠났던 모시를 다시 평상복으로 인식시키는데 성공한 백씨는 모시붐을 타고 일감이 쇄도하였으며 모시옷 만드는 일을 즐겼다. 99년 공예품 공모전에 모시를 변형시킨 색동방석을 출시, 군에서 수상을 하였으며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중소기업청장 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시상을 하게 되고 자신의 이름이 입소문을 타면서 백씨는 모시를 여러 생활용품에 접목시키고 타지역에 알린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벅차왔다.
주위사람들의 도움으로 힘을 얻는 백씨는 모시의 순수함과 청아한 아름다움에 나염을 도입하여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대중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처음에는 천연염색을 하였지만 색이 바래 고민하던 중 대학교수의 조언을 받아 나염을 하고 있다.
또한 조각천 80여개를 이어 만드는 가방의 경우 휴대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표면에 코팅처리를 하여 방수가 되도록 만들었다.
백씨는 디자인도 항상 전통문양을 입각하여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데 옷의 경우 요즘 유행하는 옷 스타일을 만들며 기존의 통념을 깨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이처럼 끝없는 모시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병조차도 막을 수 없었는데 3개월전 수술을 받고도 모시 넥타이를 개발하여 공모전에 출품하여 섬유공예부분 대상을 차지, 그녀의 인생에서 모시의 가치를 새삼 반영해 주었다.
그녀가 모시를 접하며 가장 안타까운 것은 관리가 어렵다며 기피하는 모습을 볼 때다. 사실 모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내구성이 뛰어나 끊기거나 찢기는 일이 없으며 사용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어 내는 백씨는 후계자 양성의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시가 올이 가늘어 연약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강인한 어머니처럼 끝없는 생명력으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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