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소문난 잔치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6.29 00:00
  • 호수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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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은 잔치를 준비한 측의 무성의도 있겠지만, 하객들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느끼는 상대적 허탈감이기도 하다.

  26일 개원한 서면 월호리 소재 ‘하이 서울 서천연수원’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동안 군은 서울시 연수원만 유치하면 월호리 일대 주민들은 잘 먹고 잘 살 것 같이 열을 올리며 유치에 온 힘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유치에 성공했다고 얼마나 떠들어 댔던가.

  결과는 당초 약속과 기대와는 달리 서천군민들은 유니폼만 번지르 하게 입혀놨지 잡부수준이다. 그나마 월호리 주민들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게다가 ‘서천군에는 인재가 없어서 보령사람인 자기가 왔다’는 중간 관리자의 술자리 발언은 가뜩이나 더운 여름을 더 덥게 한다. 

  서울시연수원 토목·건축과정에서, 기자재 비치과정에서 서천군과 군민들은 무엇 하나 참여한 게 없다. 그리고 개원식, 단 몇 시간 부착하는 현수막에서부터 뷔페식 출장요리까지 모두 서울에서 싸들고 왔다. 서울시는 서천과 군민들을 철저히 배척했다.

  이쯤 되면 ‘하이 서울 서천연수원’은 소문난 잔치가 아니겠는가.
  여기서 서울시를 탓할 이유는 없다. 그들의 말이 서천군과 협약한 대로 했다니까. 남의 말을 무조건 믿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26일 땡볕에서 주민시위가 있던 날 군수나 부군수, 기획실장, 총무과장……, 코빼기도 볼 수 없었으니 군이 스스로 서울시 인사의 발언을 증명한 셈이다. 그러니 기대가 컸던 주민들을 탓하겠는가 아니면 서울시를 탓하겠는가?

  서울시야말로 시민경제를 위해 철저하게 서울시에 있는 업체에게 일을 주고, 서울시에서 판매되는 물품을 구입한 게 무슨 죄겠는가. 이날 우리의 자랑스런 나소열 군수는 신활력사업 공모 기획서 발표회에 참여했고, 다음날은 ‘서천군 어메니티 추진사례’ 발표를 한다고 서천군을 비웠다. 실체도 없는데 군수는 벌써 몇 차례 여기 저기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다닌다.

  어메니티 서천, 이 또한 소문난 잔치가 아니던가.
무산되긴 했지만 갯벌 막아 공장 세우자고 억지 쓰고, 장항제련소 환경오염으로 죽어가는 땅과 주민 고통 아랑곳없이 ‘법’ 만 찾으며 폐자동차 소각사업 승인하려고 하지 않는가. 관리 위생매립장은 몇몇 주민대책위원 입막음하고 오염된 침출수를 빗물과 함께 하천에 마구 버렸다고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폐수 정화 비용 많이 든다고 비오는 날 몰래 버리는 악덕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연수원, 서천에서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연안의 사구와 갯바위를 마구 훼손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사람들이 온다니 그저 황송하다는 태도이다.

  무엇이 어메니티란 말인가. 법 이전에 주민의 안전이요, 이런 저런 사업유치 이전에 주민의 복리증진 아니던가. 일부 군수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 일부 보조금 뜯어 먹고 사는 사람들 외에 누가 서천군민으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 하는가.

  군수는 밖으로 그만 나돌고 기왕 유치한 사업을 착실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직원들 단속하고, 외부인 끌어 들일 생각 말고 서천군민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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