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노명박, 밉지 않은 구석이 있다.
그래도 노명박, 밉지 않은 구석이 있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6.29 00:00
  • 호수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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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열/칼럼위원

말로는 좌파, 행동은 신자유주의,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 비정규직 팽창, 개혁 실종, 서둘러 체결한 한미 FTA, 사회 통합적 리더십 부족, 부동산 대책 실패로 서울 기득권층 손 들어줘?

브루투스, 너마저도! 배신당한 듯 핏발 서린 눈으로 진보 개혁세력들이 참여정부에 들이대는 질책이다. 그렇긴 해도 노 대통령에게는 밉지 않은 구석이 있다.

누가 대통령이 돼든, 노명박(노무현 명예 정치학 박사) 만큼만 해 보라지. 치기 어리게 혼자서 외롭게 자신을 변호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국토 균형 발전 추진, 정치권 투명화, 검찰의 독립, 수출 증대, 증시 호황, 대미 관계 정체성 유지, 대북 포용정책, 복지 확대 등 역대 정권에 비하면 확실히 진화한 일면이 있다.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의 등장으로 권위주의가 막을 내렸다는 점이다. 거대 야당과 보수 언론은 물 만난 고기처럼 방자하리만큼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들은 대통령을 시중 잡배 다루듯 비판의 도를 넘어 악담과 저주를 일삼는다.

‘무능한 좌파’, ‘대북 퍼주기’, ‘정치 아마추어’, ‘잃어버린 10년’ 등 비아냥거리는 말을 만들어 사회적으로 의제화 하고 끊임없이 참여정부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 수구 세력으로부터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견디어 온 것을 보면 참 맷집 좋다. 기득권 세력들은 노 대통령의 어법을 놓고도 시시콜콜 딴죽을 걸었다.

그는 성격상 봉건적인 어법을 싫어한다. 남이 써주는 원고를 근엄하게(?) 읽는 남자가 아니다. 그가 툭툭 던지는 정치적 언어(미국의 바짓가랑이 잡고…….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 등) 는 듣는 사람의 귀를 긴장시킨다. 감각적이고 신선하다. 대통령이 날리는 보통 사람의 어법은 탈 권위시대에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인지도 모른다.

독재정치가 총칼로 다스린다면, 민주 정치는 말로 하는 정치다. 그래서 민주 정치는 말이 많고 시끄러운 게 정상이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감각이 예민한 정치 9단이다.

최고의 정치적 공무원이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선거에 관련된 정치적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은 가수한테 무대에서 노래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대통령의 입을 막으려는 공직선거법 제 9조는 정치 현실에서는 위선이고, 법적으로 보면 위헌 조항이라 하여 개인 자격으로 노 대통령은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선거법은 누구에게나 입은 풀고 돈을 묶으면 그만이다.

사전선거운동이란 말도 위선이다. 요즘 대선 예비후보들의 행보를 보라. 누가 봐도 사전선거운동이다. 그래도 선관위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러니 노 대통령의 생각은 왜 선관위 너희들은 나한테만 딴죽을 거느냐, 이거다.

노 대통령의 사전에는 레임덕이 없다. 그는 아직도 젊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톡톡 튀는 게 노명박의 매력이다. 그래서 좋다.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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