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이웃
정다운 이웃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7.13 00:00
  • 호수 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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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
칼럼위원

며칠 후면 여름방학이다.
교사는 물방울 같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방학을 보내고 건강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사전 지도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 마을에 온 낯선 사람이 길을 물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세히 가르쳐 드려요.”
내가 가르치는 2학년 아이들 12명이 입을 모아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목적지까지 같이 가자고하면 어떻게 하지요?”“부모님께 여쭈어보지 않고 그냥 따라가도 되나요?”

아이들은 그제야 저희들이 뭘 잘못한 모양이라는 얼굴을 한다. 모르는 사람이 길을 물으면 가족들 허락 없이 절대 따라가지 말라고 종 주먹을 대듯 가르쳐주었건만 아이들은 바른 답을  말한다.

학교 교육의 목표 중 하나는 어린이들이 올바른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도록 하는 일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이웃과 서로 돕고, 예절을 지키며 정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어린이는 우리의 꿈이고 희망이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부모는 손가락 마디가 굵어질 때까지 일하고, 교사는 힘내어 가르친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웃사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웃을 만나면 공손한 말씨로 인사를 나누고, 길을 묻거나 집을 찾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가르쳐드려야 한다고 가르친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가는 이웃을 도와드려야 하며, 슬픈 일이 있을 때는 같이 슬퍼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가르친다. 아이들은 예절 바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기 위한 공부를 한다.

그러나 요즈음 같이 험한 세상에 아이들을 그렇게만 가르치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글을 가르쳐 달라는 이웃 아저씨가 숫 짐승으로 변한 줄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고, 늘 인사를 나누던 이웃사람에게 인질이 되어 목숨을 빼앗기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순수하게 자라도 어른이 되면 어려운 세상살이에 변해가는 것이 사람인데, 요즈음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사람을 무작정 믿어서는 안 된다고 배워야한다. 교사는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가 아니고, 아는 사람을 따라갈 때도 가족들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세상에는 아름답지 못한 일도 있고, 믿지 못할 일도 있다고 가르쳐야 하는 교사는 너무 슬프다. 그렇게 배우는 아이들은 너무 불쌍하다.

“선생님, 고모부가 같이 가자고 해도 따라가면 안 되나요?”
아이가 난데없이 질문하는 바람에 나는 말문이 막혀 창문 너머 앞산을 본다. 산은,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고, 이웃 사람은 정답지 않느냐고 난감해 하는 나를 위로하는 듯하다.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하품이 날만큼 여유롭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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