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7.07.20 00:00
  • 호수 3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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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금란 기자

지난 13일 저녁, 장항읍 원수리 소재 ‘에벤에셀 모자원(원장 유월규)’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속의 여인은 통곡에 가까운 목소리로 원장과 직원들의 부당 행위를 토해냈다.

‘강의석’을 기억하는가. 2004년, 열아홉 나이로 재학 중이던 대광고등학교 측에 헌법상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며 46일 동안의 단식투쟁으로 뼈만 남은 얼굴로 뉴스에 등장하던 소년이었다. 그는 학교 측이 교칙을 어겼다며 퇴학조치 했지만 법적으로 싸워 이겼고 다음해 대한민국 대부분의 부모들이 바라는 대학의 학과에 합격했다.

그리고 당시 강군의 스승이자 그 학교의 교목이었던 류성태 씨는 제자의 처절한 절규를 보며 “학교가 예수를 못 박았다”며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노점상이 됐다. 그가 2005년 한국교회의 독선과 무례를 비판한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를 저술했다.

‘강의석 사건’ 이후 교육부는 종교과목 선택권을 부여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고등학교가 아직도 3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마가복음 12:17-라는 예수의 명쾌한 가르침마저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포교를 목적으로 각 교단들이 세운 종립(宗立) 학교나 복지시설이 많다. ‘에벤에셀 모자원’도 이에 속한다. 6·25전쟁 이후 홀로 자녀를 키우는 여성들의 자립기반을 돕기 위해 김옥선 전 국회의원이 설립해 정부보조로 운영비와 인건비를 전액 지원받고 있는 시설이다. 연립가옥 형태로 모자가정에 1가구를 독립가옥으로 3년간 무료임대해 주고, 필요하면 5년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

이 시설에 입주해 있는 가정 중에는 종교를 가진 사람도 있고 갖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날 제보를 해온 여성의 말을 토대로 입주자 몇명과 통화를 해본 결과 입주자들에게 종교행위를 강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설립자가 같은 장항동부교회에 다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역을 배정하고 주일마다 돌아가며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일에 참여해야했다. 기독교인이 아니거나 다른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한번에 2만원의 벌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장항동부교회 교인들이 이들보다 어려워 점심을 굶는 처지라 해도 종교의 자유를 무시한 교회봉사 강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매달 1,000원씩의 기부금도 강제적으로 내게 했다. 비정규직, 저임금으로 자녀를 돌보며 살고 있는 모자가정에게 행하는 종립시설에서 이런 일이 관습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은 입주자들 대부분은 약자이고 얹혀산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항변은 커녕 오히려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게다가 원장이나 직원들의 언행 중에 은연히 내뱉는 ‘누구 덕에 여기서 사는데’라든가, ‘내가 너를 몇 년 데리고 있었는데…’라는 말은 이들을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까. 나라 돈으로 운영하고 나라 돈으로 월급 받고 있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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