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엽고병 ‘논갈이 투쟁’
호엽고병 ‘논갈이 투쟁’
  • 백채구 기자
  • 승인 2007.08.24 00:00
  • 호수 3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재해 인정, 피해대책 마련 촉구

▲ 벼 줄무늬잎마름병(호엽고병)을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피해 대책을 마련 요구하며, 농민들이 화양면 망월리 소재 피해 논 3,960㎡(1,200여평)를 트랙터 6대로 갈아엎었다.
농민들이 정부에 벼 줄무늬잎마름병(호엽고병)을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논을 갈아엎었다.

지역 농민들과 서천군농민회(회장 이수복), 전북 부안 농민단체 회원 등 150여명이 지난 23일 오전 10시 마서면 신포리에 집결했다.

최명식 전(前)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2~30년간 발병사례가 나타나지 않았고, 정부 보급종으로 장려하는 일품벼, 동진1호 등 품종이 군내 벼 경작지의 53%에 걸쳐 재배된 탓에 피해가 더욱 컸다”며 “작년보다 훨씬 더 방제에 신경을 쓰고도 나타난 이러한 객관적인 사실은 농가의 입장에서 재해수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20여대의 트랙터를 앞세우고 2㎞ 가량 떨어진 화양면 망월리 소재 서천군농민회 최용혁 사무국장 논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호엽고병 피해로 수확이 어려워진 3,960㎡(1,200여평)의 논을 트랙터 6대로 갈아엎었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호엽고병이 서해안을 따라 전북 부안, 충남 서천, 부여, 공주, 연기, 홍성 등으로 북상하며 피해농가가 늘어만 가고 있다. 호엽고병은 못자리에서부터 애멸구가 병원균을 옮겨서 발생하는 병으로 이삭이 나오지 않거나 기형이 돼버린다. ‘농작물 에이즈’로도 불리며 치료약도 전무한 상황이다.

군 자체조사에서 전체 벼 경작면적 10,973ha 중 23%에 달하는 8,754필지 2,441ha가 호엽고병에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한 해 농사를 모두 망쳐 버린 피해 농가들은 속수무책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데도 군이 현재로서는 공동방제 외에 별다른 대책 마련을 하지 않자, 서천군농민회원들은 호엽고병을 자연재해로 인정해 줄 것과 이에 상응하는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논갈이 투쟁’을 벌인 것이다.

농민들은 “더 이상 농민이 스스로 자기 논을 갈아엎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며 “정부는 이번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재해농가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