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 자연 파괴한 일 자본에
또 다시 장암리 내줄 수 없다”
“천혜 자연 파괴한 일 자본에
또 다시 장암리 내줄 수 없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07.08.31 00:00
  • 호수 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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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암리 이장 방훈규 씨


   
 마을 주민들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암 발병 원인을 수십년 동안 제련소에서 배출해온 공해물질로 보고 이를 규명하여 장암리를 지키려는 마을 이장이 있다. 장암리 이장 방훈규씨(50)가 그다. 지난 16일 그를 만나 제련소와 관련된 마을 사정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방훈규씨는 장암리에서 태어나 19세까지 살았으며 2004년 초 다시 고향에 내려와 살면서 현재 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 장암리에서 눌러 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장암리 노인분들이 제련소나 한솔제지 등으로부터 박대를 받으며 살고 있었는데 엘에스니꼬 측으로부터 주민설명회를 듣고 폐차소각장에 찬성하는 것을 보고 ‘이거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장암리는 본래 어떤 마을인가.
= 일제가 장암진성을 헐어 축대를 쌓고 장항항을 개발하여 장암리를 장항으로 편입시키고 제련소를 앉혔는데 본래 장암리는 제련소로 먹고 살던 동네가 아니었다. 장암리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곳으로 물살이 세고 철마다 수산물이 넘쳐나던 곳이었다. 장대로 내리쳐 오르내리는 고기를 잡았다. 독살도 있었다. 자연의 혜택을 어느 곳보다 많이 받은 곳이었다.

- 제련소가 들어설 당시의 상황을 알고 있는가.
=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전망산 아래에 18가구가 살고 있었으며 전망산 너머 바닷가 쪽에도 5가구가 있었다. 제련소가 들어서면서 현재의 장소로 강제 이주당했다. 일제는 광석 찌꺼기를 레일을 깔고 옮겨다 강에 들이부어 야금야금 땅을 넓혔다. 해방 이후에도 이러한 매립은 계속되었다. 옛날에는 등대가 저만치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다시 측량을 해볼 필요가 있다.

- 주민들의 제련소에 대한 생각은?
= 해방 이후 우리 산업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지만 본래 식민지 수탈이 목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제련소에서 일을 했지만 원 주민들은 제련소를 싫어했다. 농민들은 농작물을 망치니 좋아할 리 없다. 한 마디로 장암리 주민들의 희생의 대가로 제련소가 가능했다. 제련소가 있을 때 경기가 좋았다고들 하는데 1979년도에 제련소 전 직원이 1070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서천군의 인구는 14만 정도였다. 제련소가 서천군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하는 것은 제련소 측에서 하는 얘기이다.

- 제련소가 환경에 미친 영향은?
= 예전부터 유산동을 마구 버려 혀가 아려 굴을 먹지 못할 정도였다. 전망산 한 자락이 바다로 들어갔는데 그 끝자락을 진주조개가 많이 나와서 ‘보물끝’이라고 불렀다. 그 옆으로 작은 모래사장이 있는데 앉은뱅이도 일어서게 한다는 모래찜질장으로 유명했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이 모두 파괴됐다. 감나무 잎이 말라들어가고 전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도청 환경과에 신고를 했더니 영양부족이라고 했다. 충남농업기술원에서는 ‘식물체만으로는 가스 관련 분석을 할 수 없다’고 답변이 왔다.

- 장항 주민들의 여론은 어떤가.
= 장항의 여론주도층 상당수가 제련소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이들은 “농산물 오염된 것 언론에 알리면 경제가 죽는다”며 쉬쉬하도록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당장 피해가 돌아오지만 이를 알려야 한다는 농민들이 많다. 암 발병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텔레비전에 나온 주민이 있는데 “암에 걸린 게 뭐 그리 자랑이라고 테레비에 나왔냐. 서천군 농산물 가격만 떨어뜨린다”며 비난하자 이에 시달리다 노이로제에 걸려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들은 제력소측의 원인 행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주민들이 암으로 죽어가는데도 장례식 때 군수가 와보지도 않는다.

방씨는 현재 ‘엘에스니꼬폐차소각장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으로도 일하고 있는데 제련소측이 제출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이 홍성지원으로부터 받아들여져 △주식회사 이앤알의 100미터 이내에 접근하는 행위 △유·무선 통신매체나 유인물로 폐차소각장의 위험성을 알리는 행위 등 5가지 항목의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법원이 환경파괴를 일삼는 기업의 편을 들어준 것은 독재정권 시절의 타성을 못 벗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천혜의 자연을 파괴한 일본 자본에 또 다시 장암리를 내줄 수 없다. 이들은 환경파괴의 전력자들임을 알려 폐차소각장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노력하겠다.
주민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공해배출에 대한 관리와 지도를 맡고 있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허정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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