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엄마 <1>
늙은 엄마 <1>
  • 뉴스서천
  • 승인 2001.02.21 00:00
  • 호수 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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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야, 저기∼”
짝꿍 은경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다 나는 깜짝 놀랐다.
교실 문 앞에 엄마가 서 있었던 것이다.
“엄마?”
나는 재빨리 달려나가 엄마 손을 잡고 운동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거, 어제 밤늦게까지 하던 숙제 안 가져가서 가져왔다.”
엄마는 손에 들고 있던 둘둘 말린 독서 신문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에이, 이거 선생님이 내일까지 가져와도 된다고 했단 말이야. 이거 때문에 왔어? 빨리 가. 준영이는?”
“큰어머니한테 맡기고 왔지.”
“알았어. 엄마. 이제 곧 공부 시작이야. 빨리 가.”
“그럼 이거는?”
“아직 색칠을 다 못했단 말이야. 그냥 다시 가져가.”
“난 또, 이거 때문에 네가 속 타 할까봐 부랴부랴 왔는데…….”
“엄마, 그럼 나 들어간다.”
나는 복도 끝에서 떼로 몰려오고 있는 남자아이들 시선을 피하며 얼른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로 들어와 창 밖을 보니 낡은 갈색 바지에 빨간 슬리퍼를 신은 엄마가 운동장을 가로질러가고 있었다. ‘지금은 버스도 없을 텐데, 언제 집에까지 걸어가려고…….’ 나는 얼른 책 속으로 얼굴을 묻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남호하고 경석이가 지나가다가 날 보며 한마디 툭 던진다.
“야, 이민지, 아까 학교에 오신 분, 니네 엄마 맞냐? 혹시 할머니 아니냐?”
입꼬리를 올리며 남호가 먼저 말하자
“맞어 임마. 쟤네 엄마 맞다니까. 운동회 날 너도 봤잖아. 이민지, 니네 엄마 맞지?”
하며 경석이도 거든다.
“야! 그게 어떻단 거야? 아무것도 아닌 것 같구 웬 시비야?”
얼굴이 빨개져 어쩔 줄 몰라하는 내 뒤에서 갑자기 새인이의 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냥, 맞나 물어보는거야. 물어보지도 못하냐?”
남호는 애써 대꾸하지만 이미 그 목소리엔 힘이 없다.
“민지야, 신경 쓰지마. 어? 버스 왔다.”
새인이의 힘센 손에 이끌려 버스에 오르니 남호와 경석이가 밖에서 우리에게 주먹을 내밀며 뛰어간다.
“자식들, 내일 손 좀 봐줘야겠네.”
새인이도 버스 밖 아이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인다. 그런 새인이가 난 부럽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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