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사람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철새는 사람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07.11.23 00:00
  • 호수 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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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관리계약 사업 주민토론회
   
▲ 추수가 끝난 화양면 완포리 들판에 쇠기러기 떼가 내려앉아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이강선 프리랜서>
지난 20일 마서면 도삼리 금강호변에 있는 금강철새탐조대 2층 회의실에서 생물다양성관리계약 주민토론회가 있었다. 환경부와 도, 군 등의 담당자 및 조류학자, 농민 등 30여명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농민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며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이란 자연환경보전법(16조)에 따라 농민들이 벼와 밀, 보리싹 등 농작물의 일부를 철새 먹이로 제공하고 수확이 끝난 논에는 물을 담아 철새들의 휴식처로 만드는 사업으로 농민들에게는 국비와 지방비에서 예산을 책정하여 보상을 해주고 있다.

서천군은 1억8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마서, 화양, 한산면의 금강 변 1㎞ 이내에 위치한 농경지 298ha에 보리 재배, 볏짚 놔두기, 철새 쉼터 조성 등으로 겨울철새들에게 먹이와 쉼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사업대상지를 금강변 500m에서 1km로 확장함에 따라 작년대비 138ha가 증가됐으며, 226 농가가 참여해 보리 재배지 55ha,  볏짚을 30~50cm 길이로 잘라 뿌려 놓은 농경지 240ha, 철새가 쉴 수 있는 쉼터로 활용될 무논 3ha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보리재배에 대해 재배면적 1㎡ 당 220원이 지급되며 볏짚 놔두기 지역은 1㎡ 당 20원, 무논 조성지에 대해선 1㎡ 당 59원이 지급된다.

농민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 새들이 1km 이내의 계약지에만 앉는 것이 아니라 먼 동네까지 날아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철새 불러들여 사람에게 좋을 게 뭐가 있나. 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 돈 나온다 하니까 형식적으로 보리를 파종한다. 말만 보리밭이지 실제로 새가 뜯어먹을 싹은 없다. 볏짚놔두기가 가장 좋다. 사업대상지의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

# 보리밭이 너무 분산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보리재배 면적을 개인당 600평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1필지 2,400평 논의 한 귀퉁이에만 보리재배를 하고 있다. 보리재배를 집단화하고 일찍 파종하여 싹이 제대로 트게 해야 새들이 올 것이다.

# 현재 하천부지는 갈대가 우거져 무용지물인데 염분이 닿지 않아 결국은 풀밭으로 될 것이다. 이 하천부지에 벼농사를 지어 철새도 살고 사람도 살게 하자.

# 무논을 만드는 것은 새들에 대한 사기이다. 논에 물만 채웠을 뿐 먹을 것이 없어 한 번 날아오고는 다시 오지 않는다.

대체로 의견은 사업지 확대적용, 볏짚놔두기 위주, 보리 집단재배, 하천변 활용 등으로 모아졌다. 충남도와 환경부 담당자는 “보상 차원이 아닌 장려 차원인 만큼 대상지 이외의 피해발생에 대해서는 보상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현재 10월중에 선금 30%를 지급하는 것을 50%까지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날아다니는 철새를 사람 뜻대로 관리할 수 없는 이상 이 사업에 뒤따르는 불협화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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