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1.30 00:00
  • 호수 3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백성들의 삶이 극도로 궁핍했던 중국 춘추시대 말엽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태산 곁을 지나고 있었다. 산 속 어느 무덤가에서 한 부인이 슬피 울고 있는 모습을 본 공자는 그 사연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부인은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난 달에 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 물려 죽었는데 이번에는 아들마저 호랑이에 물려 죽었다는 것이었다. 공자는 어이가 없어 “이런 위험한 곳을 왜 떠나지 않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부인은 “이곳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이오.”라고 답했다. <예기>에 나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로 백성을 괴롭히는 포악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뜻이다.

오늘의 현실에서도 이같은 일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토목건설자본의 갈증을 풀어주고 어민들을 사지로 몰고가며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간척사업이 그러하며 다수의 농민과 노동자들을 죽이고 소수의 기득권자들의 배만 더 불려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그렇다.

강 건너 군산에 한국서부발전(주)이 세우고 있는 군산복합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이다. 하필이면 대대로 이어갈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갯벌을 망치는 금강 하구에 짓는 것인가. 한국중부발전(주)은 군장산업단지 안에 30만평의 발전소 건설용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피해가 가장 심한 옛 군산화력발전소 자리를 고집한 이유는 송전설비나 공업용수 등 기본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다시 말해 이윤 추구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결국 누구를 위한 발전소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업주가 턱밑에 있는 서천군을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외한 것은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려니와 군산시에 속하는 개야도는 서천 갯벌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향평가 대상에 넣은 것을 보면 과연 상식이 있는 행동인지 의심이 간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은 1인당 7,028㎾h로 일본(7,562㎾h)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1달러 당 전력 소비량은 497㎾h로 일본(209㎾h)이나 미국(311㎾h), 영국(160㎾h)보다 월등히 높아 세계에서 전력낭비가 가장 심한 나라로 지적되고 있다. 농촌의 불필요한 가로등이나 대도시의 휘황한 불빛만 보아도 쉽게 수긍이 간다.

그렇다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전기를 절약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발전소를 짓는 이유를 군장산업단지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군장산업단지는 아직도 황량한 벌판으로 남아있다. 서천 군민들을 배제한 채 서둘러 발전소를 지어야 할 필요성이 과연 있는 것인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세계는 지금 풍력이나 태양력 등 순환형 에너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역행하여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할 액화천연가스를 주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를, 그것도 주민들의 영원한 삶의 터전을 파괴해가며 강행하는 것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학정으로 비쳐질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