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아요”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아요”
  • 최현옥
  • 승인 2002.07.31 00:00
  • 호수 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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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이 밝게 커가는 성렬·은정·성원 삼남매
엄마의 빈자리 대신하는
열 살배기 은정이 손은
마디마디 거칠기만…
소중한 꿈 꺾일까
친구들 안타까움만 가득.
아빠마저 아파 주위 온정 절실.

“요정 할머니는 마법을 걸어서 쥐 네 마리를 말로, 도마뱀 두 마리는 마부로, 커다란 호박은 마차로 변하게 하였습니다. 신데렐라도 유리 구두를 신고 멋진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변하게 해 주었습니다.”
-동화 신데렐라 중에서-
요즘 아이들은 의지력이 약하고 부모 의존적이며 버릇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굳세게 지키며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서천초에 다니는 성렬(첫째·13)·은정(둘째·10)·성원(막내·8)이는 문산면 북산리에서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살아가고 있다.
은정이네 집에 들어서자 마당입구에서부터 반기는 것은 곳곳의 쓰레기 더미였다. 성렬이와 은정이가 청소를한다지만 언제 보수했는지 모를 집은 지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 같았다. 방 곳곳의 거미줄과 찢어진 벽지 사이로 드러난 흙벽, 찌든 때로 범벅된 부엌 등 사람이 기초적인 생활을 해나가기에 다소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게다가 한참 성장해야 할 아이들이 식사준비를 하면서 영양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식단은 성렬이에게 작은 체구를 가지게 만들었다.
“마법사가 되고 싶어요. 요술 봉으로 집도 만들고 돈도 만들고… 그래서 우리 가족이 행복해 졌으면 좋겠어요”
소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은정이는 좀더 깨끗한 곳에서 살고싶다며 마법사가 되고 싶단다. 엄마의빈자리를 대신하며 어려움이 많은 은정이는 동화책 속의 요정 할머니처럼 마술봉으로 가족을 위해 원하는 것을 만들고 싶기 때문.
그래서 은정이는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잔소리꾼이 된다. 그것이 가끔 오빠와 마찰이 되지만 성렬이 역시 농사일로 바쁘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동생 둘을 책임지면서 나름대로 고충이 많다.
아직 어린 나이의 막내 성원이는 그동안 찾아오는 사람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지내다 보니 사람들이 그리웠던지 마냥 신이 나서 집안을 뱅뱅 돈다.
아이들의 집안에 음울한 그늘이 드리워 지게 된 것은 98년 어머니가 집을 떠나게 되면서 부터다.
한참 어머니의 손을 탈 때 그 존재를 잃어버린 아이들은 엄한 아버지 밑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벌써 철이 들어버렸다.
특히 집안일을 비롯하여 자신의 일은 자기가 스스로 해결하는 아이들은 아버지마저 자신들을 저버리면 의지할 곳이 없어 아버지는 절대적 존재가 되었다.
은정이는 학교에서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 밝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친구와 선생님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성렬이 역시 소극적인 성격이지만 만화가가 돼서 한국을 캐릭터 강국으로 만들고 싶다며 당찬 꿈을 말한다. 월드컵을 보며 축구의 매력을 느낀 성원이 역시 축구가 좋고 운동선수가 돼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이 이런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주위사람들의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듯 하다.
친구들이 즐거운 방학이 다며 들떠있을 때 가정 걱정이 먼저 앞서는 아이들, 마법사 꿈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기에 이뤄지길 바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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