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단속 이대로 좋은가?
교통단속 이대로 좋은가?
  • 박노찬
  • 승인 2002.08.22 00:00
  • 호수 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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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의식·실적 급급한 교통행정 공동변화 시급
“단속 카메라, 여기 또 있네… 이거야 원!”
최근 단속카메라가 급증하면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지역 내 운전자들의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반면 교통사망사고가 급증하면서 교통문화를 바로잡겠다며 밤잠을 설치며 고생하는 경찰당국의 노력 역시 가볍게 볼일은 아닌 듯 싶다.
결국 경찰측은 교통사고를 한 건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취지하에 지역 도로 여기저기에 단속카메라를 설치하고 있고 이에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최소한의 운전자 권리마저 주눅들게 하는 물리적 단속은 또 하나의 억압”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주장 속에서 과연 오늘 교통지옥의 해법은 없는 것인지,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 주-
년도별 단속실적
2000 10054건 건
2001 17293건 건 7329건 증가
올해 7월 19683건 건 2390건 증가
년도별 사고 현황
2000 939건 건
2001 858건 건 81건 감소
올해 7월 404건 건 454건 감소
단속과 사고는 반비례

최근 운전을 하다 보면 낯에는 안전띠와 주·정차 단속, 밤에는 음주운전 단속 등 그야말로 단속천국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단속이 많다.
그 뿐이랴? 도로 곳곳에는 조지오웰의 ‘1980’에나 나올 만큼 감시의 눈이 도사리면서 어쩔 때는 섬쩍지근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다 보니 운전자들은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마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하지만 서천경찰서는 주민들의 이같은 불만 속에서도 ‘무사고 선언’과 함께 최근 단속카메라를 증설하고 교통단속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단속은 불가피한 실정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사실 서천경찰서의 이같은 단속 덕택으로 최근 교통사고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면 강력한 단속이 곧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등식이 성립되기도 한다.
실제로 서천경찰서의 단속실적과 사고 현황을 보면 총 단속 1만54건이 이루어진 지난 2000년도에는 사망자 35건을 비롯한 9백39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1만7천2백93건의 단속이 강행된 지난 2001년에는 사망자 16건을 비롯, 교통사고가 8백58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7월말 현재까지 1만9천6백83건의 단속이 이루어진 가운데 사고는 지난해 절반 수준인 4백4건에 그쳐 교통사고는 단속에 반비례함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서천경찰서의 강력한 교통단속은 교통사고를 이처럼 줄이는데는 크게 기여했지만 단속이 강화되는 만큼 주민들과의 갈등지수가 높아지면서 ‘봉사’와 ‘친절’이라는 경찰상은 무너져 내리는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카메라가 얼마나 많기에?

그렇다면 경찰관들의 직접적인 단속행위는 제쳐 두고라도 단속카메라가 얼마만큼이나 되기에 이처럼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아만 가는 것일까?
서천경찰서 단속카메라 설치현황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동되는 단속카메라는 비인면 외곽도로, 한산면 단상리, 마서면 송내리 등 3곳과 가짜 1곳, 이동식 카메라 2대 등 총 6대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최근 충남지방경찰청이 15개 시·군에 1백7대의 단속카메라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서천군이 충남에서는 가장 많은 8대를 배정 받아 장항 산업도로 공단입구 등 총 8곳에 신설하고 조만간 운용할 계획에 있다.
이 외에도 서천경찰서는 예산 8백만원을 투입해 장항읍 원수리 장군주유소 앞 등 사고다발지역을 중심으로 12개의 가짜 카메라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동식과 함께 진짜와 가짜를 합쳐 총 26대가 운용되고 있는 셈으로 이는 충남도내 군세가 비슷한 군 단위에서 가장 많은 단속카메라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단속카메라가 운용되다 보니 서면사무소 앞부터 서천입구까지 약 16㎞ 구간 중 오가는 차선에 설치된 카메라 수는 진짜·가짜를 포함해 무려 8개에 이르는 등 평균 2㎞에 1대가 설치되어 있다. 심지어 종천면사무소 인근의 경우 1백미터도 못된 거리를 두고 2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1㎞ 거리에 2대가 설치된 곳도 있을 정도다.
진짜·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운전자로서는 운행 도중 브레이크를 잡느라 바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뿐인가? 어떤 날 음주단속이라도 이루어지는 날에는 각 파출소마다 단속을 강행해 서면에서 장항까지 운행하는 운전자들의 경우 많게는 5번 이상의 단속검문을 당해야 하기도 한다.
이처럼 공중과 지상에서 합동으로 이루어지는 경찰의 교통단속에 어느 때는 운전자가 숨이 막힐 정도로 짜증이 나기도 한다.

물리적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

경찰은 왜 이처럼 주민들과의 갈등을 초래하면서까지 단속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경찰측의 교통단속이 사고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경찰이 너무 물리적 수단에만 의존한 채 사고를 예방하려는데 있다.
경찰의 주임무는 치안유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안보다 교통단속에 더욱 급급한 것은 단속을 위한 스티커 발부로 평점을 주고 교통사망사고 수치로 일선 경찰서를 평가하는 충남지방경찰청의 시스템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강력한 교통단속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가 급증하자 서천경찰서장이 지방경찰청에 호출 당했다는 이야기와 그 후 일선 파출소를 비롯해 강력한 교통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같은 시스템이 결국 더욱 강력한 물리적 수단에 의존해 단속하는 구조를 양산하고 나아가 주민과 경찰의 신뢰감를 무너뜨리는 부작용마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외지인이 많지 않은 서천군의 경우 유동차량이 뜸해 주민 차량을 상대로 단속실적을 쌓아야 하다보니 계도성에 그칠 수 있는 사례도 스티커 발부를 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단속 경찰관과 단속대상 운전자간에 고성이 오가는 사례마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운전자 의식·실적위주 단속도 변해야

경찰측의 강력한 단속은 언제까지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일까?
강력한 성분의 농약이 만들어질수록 각종 해충이 강한 면역체계를 가져 결국 더 강력한 농약을 생산해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처럼 물리력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그 한계가 더욱 분명할 수밖에 없다.
실적 위주의 단속은 임시방편으로 상부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언정 경찰의 근본대상인 주민들에게 불신과 반목과 갈등을 초래한다면 이는 사회적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적 위주의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실적이라는 현상에 급급하기 보다 도로교통법의 보다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개선과 경찰행정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사실 일부 도로의 경우 시속 40㎞ 차량운행을 준수토록 하지만 과연 이를 지킬 운전자가 있겠는가? 현실에 맞는 법 개선과 경찰행정의 변화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의 의식이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그릇된 생각이 사고로 이어져 또 다른 소중한 생명까지 잃게 하는 아픔을 만든다.
자동차는 현대의 가장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나와 가족과 이웃에게 큰 해를 끼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항상 염두해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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