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란의 맛 없는 시사요리
공금란의 맛 없는 시사요리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8.07.07 00:00
  • 호수 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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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아전인수(我田引水)

수리시설이 웬만큼 갖춰진 요즘이야 이런 풍경을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들녘에서 싸움이 자주 있었지요. 벼 한포기라도 더 꽂을 욕심으로 논두렁을 바짝 파먹거나, 물꼬싸움인데, 애 어른, 이웃이고 뭐고 심하면 이웃 간에 송사도 벌어지고요. 내 논에 더 많이, 또 먼저 물을 댈 욕심으로 남의 논의 물꼬를 자기 논으로 트는 얌체가 어느 마을이고 꼭 있는 법이지요.

농부가 말라가는 논에 물 대려 하는 일이야 어쩌면 자연의 이치겠지만, 알량한 권력으로 자기의 이권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연 지탄받아야지요. 판교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에서도 이런 일이 있어 물의를 빚은 사건이 채 잊혀 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장항소도읍육성사업 추진과정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평소 주민들이 선호하는 주차장으로 공용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후미진 곳에 위치해 거래조차 불투명하고 낡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모 군의원의 창고 부지를 수용해 주차장을 설치한다고 말들이 많습니다. 진위야 어떻든지, 선거직 공직자들의 아전인수식 밥그릇 챙기기 일이 자꾸 도마에 오르니, 도마 더러워져서 여름철 식중독 사고 발생할까 무섭습니다.


둘. 선택

적잖은 나이에 문인으로서 정치판에 끼어들어 잦은 망발로 한 때의 명성에까지 먹칠하는 이문열 씨의 <선택>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한 여인의 며느리, 아내, 어머니로서의 희생적인 삶의 이야기지요. 그러나 이 책은 제목부터 잘못된 것. 당시 사회상으로 볼 때 여인들의 이런 삶에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가요? 기자는 여권신장운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책은 한마디로 작가의 남성우월주의적 편견과 독선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큰 착각입죠. 오늘 자식을 입영소에 보내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당연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생각이지만,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군부대에서 우선적으로 소비하게 된다는 게 정설처럼 굳혀지니까요. 국민들의 선택을 받겠다며 원산지 표시를 한다고 하는데, 웃기지도 않습니다. 사회에서야 집단급식소라도 미국 쇠고기 먹기 싫으면 안 먹고, 정 고기 먹고 싶으면 다른 방편을 쓰겠지요. 군(軍) 경험은 없지만, 군사회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단지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되겠지만, 시쳇말로 ‘빡세게’ 훈련하고 영양보충도 못할 것 같아서 언론인이기 이전에 어미 맘이 쓰립니다. 혹시 입맛 떨어져서 한동안 요리 못하더라도 혜량(惠諒)하여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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