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의 후예 ‘해가마을’ 사람들
된장의 후예 ‘해가마을’ 사람들
  • 최현옥
  • 승인 2002.08.22 00:00
  • 호수 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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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피 속에 흐르는
된장 냄새는 햄버거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
해가마을은 우리 건강
지켜주는 든든한 지킴터.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콩, 납이 들어있는 꽃게, 인스턴트 식품 등이 우리의 식탁을 점거하며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농산물 개방의 물결 속에서 신토불이를 외치며 식탁을 지키기 위해 지역의 농산물을 공동생산·판매하는 해가마을을 찾았다.
마당에 들어서자 오랜 세월을 묵어 더욱 기품 있는 맛을 가득 품고 있는 80여 개의 장독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부녀자들의 소일거리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우리의 전통식생활문화를 지킨다는 자부심이 더욱 커요”
해가 지지 않는 따뜻한 곳이라는 상호처럼 따뜻한 미소를 짓는 오세인씨(52·마서면 남전)는 해가마을의 대표로 마을주민 13명과 함께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로 죽염된장·간장을 10년째 만들어오고 있다.
해가마을은 92년 죽염을 만들기 위해 오씨를 주축으로 3명의 마을 주민이 의기투합한 채 출발했다.
영세한 사업장이었지만 죽염의 효능이 입소문 나면서 외지인들에게 알려졌고 판매의뢰도 많았다.
그러나 죽염효능의 문제점이 제고되면서 죽염파동이 일어났고 판로가 막혀 이용방안을 모색중 장에 접목을 시도,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여성 일감 갖기’ 보조를 받아 해가마을이 탄생하게 되었다.
현재 해가마을의 제품들은 농업인이 경영을 하기 때문에 판로가 뚜렷하지 않아 판매량이 적은 편이나 지역에서 농민들이 우리의 식문화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제품에 대한 정성만은 그 누구도 능가할 수 없다.
특히 장에 쓰는 죽염을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는데 5년생 왕대나무를 겨울에 채취하여 천일염을 채워 황토로 입구를 막고 가마에 굽는다.
또한 사업에 참여한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1년 간 숙성시킨 후 죽염된장·간장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재료의 정직성과 주민들의 정성으로 효능은 배가되어 보약이 된다.
해가마을은 바뀌어 가는 식생활 문화에 접근하기 위해 토종식품을 변형하여 마늘피클, 죽염고추장, 죽염마늘을 만들었다. 제품의 마케팅을 위해 광고지를 만들고 간장·된장을 선물세트화 했다.
그러나 지역의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실정에서 50세 이상의 여자들이 이런 일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또한 경영에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육체노동의 어려움 등은 적은 매출로 이어지고 회원 배당이 적어 오씨의 안타까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농업인도 앞으로 경영인이 되어야 하고 농산물이 개방되면서 지역의 농산물은 그 지역에서 소비되도록 유도하며 도시와의 교류를 통해 꿈이 피워나는 농촌, 회생하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오씨의 생각이다.
“우리의 피 속에 흐르는 된장 냄새는 햄버거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며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힘이 된다”는 오씨는 “남전의 해가마을을 못생긴 메주 속에서 피어오르는 가느다란 허연 실처럼 끊임없이 끈기 있게 지역을 지키는 된장의 후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도 오씨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기울이신 정성과 애정이 깃들여져 장독에서 맛깔스럽게 발효되어 가는 장맛처럼 그렇게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어지는 인생의 참 맛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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