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삼일운동
신자유주의와 삼일운동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2.28 11:41
  • 호수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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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此)로 써 자손만대(子孫萬代)에 고(誥)하야 민족자존(民族自存)의 정권(正權)을 영유(永有)케 하노라.”

90년 전 기미년 3월 1일 정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처음 낭독됐던 기미독립선언문의 한 부분이다. 선언문에는 ‘민족’이라는 단어가 9차례 들어있다. 당시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은 침략적 본성을 드러내어 제국주의로 치닫고 있었다.

이에 맞선 약소국들은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었다. 이러한 제국주의적 침략에 맞선 삼일운동은 민족주의로 정신무장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그동한 수차례 바뀌었어도 전문에 실린 삼일운동의 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 벌어지는 일들은 이러한 삼일운동의 정신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이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의 세계 질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란 한 마디로 이윤율을 추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타국에 강요하는 미국 거대자본의 논리이다. 8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19세기말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구미 열강의 침략이나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반도 강점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말인 세계화니 글로벌리즘이니 하는 말에 함몰돼 있는 오늘 우리는 ‘민족’이라는 말을 거추장스럽게 여기고 있기조차 하다. 이는 속성상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자본의 논리, 경제의 논리가 부추긴 결과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미 작년부터 1910년의 우리가 당한 경술국치를 정당화하는 작업을 엄청나게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서는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한일강제합방 100주년 특집방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조선 강점이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된 국사교과서가 등장하였고 현 정부의 외곽단체로 알려진 집단이 이러한 주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신자유주의의 진행은 '신흥공업국'의 외채위기로 나타난다. 초민족적 자본에 의한 금융투기의 만연은 국제화폐의 부재로 세계경제를 투기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국제적 금융공황의 조짐이 나타나 IMF 등의 국제기구가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이러한 초국적 금융자본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장악하여 막대한 국부를 빼내가기에 이르렀다. 이 모두 세계화란 이름으로 금융시장을 개방한 결과이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외국 자본이 지분의 8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심지어 국내 최고의 종자시장마저 미국 다국적 농업자본에 팔려가 매년 농민들은 종자선택권을 잃어버린 채 이들 회사에 의지하지 않으면 농사짓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

삼일운동이 90주년을 맞았다. 지난 28일에는 우리 지역 마산 신장을 중심으로 한산면 일대로 번져갔던 삼일운동을 재연하는 행사를 가졌다. 참으로 뜻깊은 행사였다. 이러한 행사를 직접 치러낸 우리는 삼일운동이 구현하려 했던 민족주의를 다시 되돌아보고 오늘 우리가 처한 신자유주의를 국제 질서를 직시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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