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와 흉기
공기와 흉기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0.03.07 16:12
  • 호수 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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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언론을 ‘사회적 공기(公器)’라 부른다. 언론의 사회적 공공성을 강조하여 부르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사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면 언론이 자칫하면 기업의 사익을 추구하는 곳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최근 지역의 한 단체의 장으로 선출된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사를 실어 준 댓가로 얼마를 줘야 하며 영수증 발행은 가능한 것인지 물었다. 비록 작은 자리이지만 공적인 위치에 있으면 이를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지역 언론 본연의 책무 아닌가.

이를 납득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기자가 새로 교장으로 부임한 한 학교에 들러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촌지를 뿌리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이 분도 신문에 기사가 나면 당연히 사례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들의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이들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같은 관행이 존속되어 온 것은 언론사 자체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근절되지 않고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때 가서는 언론은 사회적 공기가 아니라 ‘사회적 흉기(兇器)’로 변한다. 언론이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일은 시민사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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