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월드컵 세계챔피언 최용규 선수
볼링월드컵 세계챔피언 최용규 선수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0.03.15 11:11
  • 호수 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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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가 진정한 국가대표”
아들 경기 당일 찰밥지어 산에 올라

 

▲ 볼링국가대표 최용규(좌측) 선수와 어머니 이순열 여사.

 

2008년 청소년대표, 국가대표로 선발된데 이어 지난해 말레이시아 말라카 국제볼링센터에서 87개국이 참여해 열린 ‘제45회 큐비카AMF 볼링 월드컵’ 세계 챔피언으로 한국 볼링의 위상을 드높인 최용규(24·서천읍 사곡리·부산광역시청 실업팀) 선수.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최병환(50)씨와 어머니 이순열(47) 씨를 따라 어깨 너머로만 보아온 볼링이 세계 제패라는 이름표를 붙여주기까지 그의 뒤엔 늘 가족들의 응원과 어머니의 정성어린 기도가 있었다.

지금도 아들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침 해보다 먼저 일어나 찰밥을 지어 서천군청 뒷산에 오르는 어머니 이순열(사진) 여사.
“시합이 보통 아침 9시부터니까 그 전에 일어나 부산을 떨다보니 경기 당일에는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네요”

그래도 매일 아침 5시 50분에 눈을 떠 저녁 6시까지 운동에만 전념해야 하는 아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는 이 여사는 늘 자기관리에 철저한 아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서천중학교 54회 졸업생으로 천안북일고를 거쳐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한 최 선수는 2008년 9월 짧은 한 달이지만 서천중 후배들과 함께 모교에서 교생실습을 마친 바 있다.

 

 

“한 5년후 쯤엔 용규가 선수보다 능력 있는 체육교사로 일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굳은살이 떠날리 없는 두터워진 손바닥과 오른쪽이 눈에 띄게 길어진 아들의 팔을 걱정스레 살피며 내뱉는 이 여사의 진심어린 소망이 허공에 울렸다.

오는 8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와 11월 광주에서 진행되는 아시안게임 준비에 앞서 특별휴가를 얻은 최 선수는 올해 목표를 ‘국위선양’으로 세웠다.

‘남보다 한발 앞서 걷자’는 좌우명이 가져다준 숙제이자, 그를 믿고 응원하는 가족들에게 할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의 휴가기간임에도 저녁식사를 마친 최 선수는 장항과 군산, 익산으로의 원정경기 길에 나선다. 하루라도 볼을 잡지 않으면 손의 미세한 감각에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그의 지독한 승부욕이 부른 당연한 답변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세계 챔피언 등극과 함께 부산광역시청 실업팀 소속으로 최우수 선수상까지 휩쓸며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볼링 왕’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거실 한 켠에 자리한 수많은 메달이 그의 이런 위상을 증명하고 있지만 한참을 취재진과 마주한 최 선수는 모든 노력의 공을 어머니 이 여사에게로 돌렸다.

“오늘날 저를 국가대표로 만들어 주신 어머니가 진정한 국가대표죠”

얼마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는 이 여사의 말에 최 선수는 어머니가 본인의 경기도 그렇게 지켜봤을 거란 생각에 순간 뭉클해졌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볼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최 선수에게 볼링은 무엇이었을까.

 

 

“글쎄요. 핀이 넘어갈 때 마다 느끼는 짜릿함을 어떤 말로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최 선수는 “어머니의 따뜻한 밥과 국이 우승의 원동력”이라며 “늘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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