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그녀, 운동화와 함께 20년
달려라 그녀, 운동화와 함께 20년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0.03.27 14:08
  • 호수 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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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보건지소 내과담당 오인숙씨

 

▲ 서면보건지소에 근무하는 오인숙 7급 보건주사보.
한방기구의 타이머가 울리는 소리에 오늘도 그녀는 뛰고 또 뛴다.

 

흰 가운에 어울리지 않는 운동화가 웬 말.

서면보건지소 7급 보건주사보 내과담당자 오인숙(50·장항)씨.

20년차 베테랑이지만 늘 운동화 끈을 야무지게 매고 뛸 태세로 임하는 자세를 보니 이곳을 찾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내과 담당자이기는 하지만 옆에 붙어있는 한방진료실도 함께 책임져야 하기에 누가 부르기 전에 보건지소의 복도를 뛰어 다니는 그녀.

오십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맑고 카랑카랑한 목소리 또한 이곳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일하며 얻은 직업병의 하나라고.

“한방진료기 타이머가 울리면 노인분들께서 이 소리에 먼저 불안하고 초조해 하시더라고요”

이 까닭에 오늘도 먼지 날리는 것쯤은 대수로울 게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는 작은 키지만 높고 불편한 구두의 아름다움보다 투박하지만 신나는 운동화를 택했다고 귀띔했다.

 

 

하루 500원의 수익을 농협에 입금시키러 갈 때처럼 우울한 게 없다는 말로 취재진의 궁금증을 한껏 끌어 올리는 콧대 높은 오씨는 곧 노인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는 말로 멋쩍은 웃음을 내비쳤다.

보건소 내 이뤄지는 사업 대부분이 무료인지라 돈을 안 받는 것은 좋지만 하루 수익금 500원을 입금하기 위해 농협까지 발품을 팔기는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란다. (웃음)

유일한 취미가 청소와 걷기, 수다라고 털어놓는 오씨는 올해 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군장대학 사회복지과를 졸업하기도 했다.

졸업과 동시에 영유아보육교사 자격증을 획득한 것이 본인이 생각해도 꽤나 기뻤던 모양이다.

 

꿈을 꾸듯 한참을 영아원의 보모가 되고 싶다는 말로 어릴 적 소박했던 희망사항을 쏟아낸 그녀는 실제로 퇴직 후에 혼자가 되면 무료로 영유아들의 보모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야간공부의 시련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인터뷰 내내 어린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욕심 없이 살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을 쉼 없이 되뇌기도 했다.

또 보모를 함에 있어서도 그녀는 절대 돈을 받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어떤 일이든 돈을 받게 되면 ‘이 일을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돈을 벌려고 한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는 이유에서다.

보건소처럼 각종 사업에 치여 일의 보람을 느낄 여유는 없지만 노인 한분 한분께 소홀하지 않게 되는 보건지소의 생활도 그녀에게는 나름의 여유 있는 보람으로 자리했다.

하루 평균 30여명의 노인들과의 만남을 준비한다는 그녀는 남편 서원일(54)씨 사이에 두 아들을 뒀다.    

<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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