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도 민주절차?
담합도 민주절차?
  • 유승길 기자
  • 승인 2010.07.12 11:17
  • 호수 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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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유승길 취재팀장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쓰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지난 8일 있었던 서천군의회 의장선거에서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의장단을 뽑았다.

선거가 비밀투표로 치러졌는데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의원들이 전날 사전회합을 갖고 자리 조정을 이미 마쳤기 때문이다.

물론 의회 민주주의에서 협상과 합의는 중요하다.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정치적 역량을 평가하기도 한다. 원활하고 안정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서로의 협상과 조정이 기존의 관행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평소와는 다르다. 당리당략과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힌 계산속에 이뤄진 ‘담합’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번 선거는 돈 선거이자 타락한 선거로 보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와는 별도로 몇몇 의원들은 이권개입 등 도덕성에 문제점이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런 행태를 보였어야 했다.

밖에서는 의장선거에 문제있다고 야단이고, 회의장 안에서도 발전적 의회를 기대하는 시선들이 있는데도 의원들은 이날 서로 뭉쳐 주민들의 염원을 무시하는 단합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미리 짜 맞춘 일사천리식 회의진행을 지켜 본 주민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의 서천군을 걱정하는 의원들이라면 주민들의 요구와 여론에 적어도 설득력있는 해명은 있어야 했다. 개인의 사과도 필요하겠지만 의회 차원의 반성과 각오 표명이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했다.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라면 비판을 두려워 할 게 아니라 부족하고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감없이 밝히는 용기와 소신이 요구된다.

주민들도 이제는 바보가 아니다. 손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는 세상이다. 선거철에만 잘 보이려 하지 말고 항상 주민과 함께하는 성숙된 의정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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