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생태도시로 가는 길 - (4)생태도시와 쓰레기
■ 기획취재/생태도시로 가는 길 - (4)생태도시와 쓰레기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0.07.26 11:10
  • 호수 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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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종량제 아직도‘홍보단계’…생태도시 표방 ‘무색’
■ 전북 고창군, 생활폐기물 어떻게 처리하나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 발전 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현재 서천군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쓰레기 문제이다. 해양 쓰레기, 산업폐기물 등을 제외하더라도 주민들의 일상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등을 처리하는 데에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서천군의 쓰레기 처리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 소각을 기다리는 폐비닐류.

 

우리 보통 쓰레기라고 부르지만 법률적 용어로 폐기물이라 부른다. 인간의 모든 생활에서 사용되었으나 그 필요성을 잃어 사용치 않고 버리게 된 물질을 폐기물이라 한다. 이 가운데 산업폐기물을 제외한 물질을 ‘생활폐기물’이라 정의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에 이러한 폐기물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어 자연 속으로 되돌아가 순환되는 물질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며 자연 속에서 스스로 분해되지 않거나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물질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사용되기 시작했다.

서천군에서는 쾌적한 주민들의 삶을 위하여 이러한 폐기물들의 처리에 대한 조례를 만들어 이에 따라 각종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관련조례에는 ‘서천군 환경기본조례’, ‘서천군폐기물관리에 관한 조례’, ‘서천군 음식물 재활용 촉진을 위한 조례’, ‘서천군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조례’, ‘서천군 생활폐기물처리시설 주변영향지역 지원 등에 관한 조례’ 등이 있다.

 

▲ 매립장에서 나온 침출수가 정화된 후 흘러들어가는 연못인 에코랜드. 잡초가 우거져 폐허가 된 채 방치되고 있다.

 

분리수거 안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의 과정은 ‘수집⟶운반⟶처리’의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쓰레기 분리수거를 실시하고 있다. 군에서는 쓰레기 종류별로 분리·배출하는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표1>

 

▲ 음식물쓰레기에서 일반쓰레기를 선별하는 컨베이어 라인. 이 라인에 2명의 인력이 투입되어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일반 쓰레기를 일일이 골라낸다.

 

그러나 분리수거는 거의 안되고 있다. 태워서는 안되는 비닐류 등을 가정에서 소각하고 있고 매립용과 소각용을 구분하지 않고 쓰레기종량제봉투에 담아 내놓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군은 2009년 한해 동안 쓰레기 불법 투기나 불법 소각을 적발하여 과태료를 물린 경우가 39건이라고 밝혔다.

음식물 쓰레기에 다른 쓰레기가 섞이어 있어 마서면 송내리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인  서천군위생처리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속에서 심지어 병조각, 신발 등 온갖 잡동사니가 나온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매립용과 소각용을 구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직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우선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도록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서천군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생활쓰레기 처리장 실태

분리수거가 전혀 되지 않은 채 생활쓰레기가 여러 유형의 봉지에 담겨 비인면 관리 생활쓰레기 처리장(서천군 자원순환센터)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곳에는 매립지를 비롯하여 소각장, 재활용품 선별시설, 침출수 처리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재활용품, 소각용 쓰레기, 매립용 쓰레기 등의 분리가 거의 안된 채 반입되어 적당히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탈수가 안된 음식물 쓰레기가 섞이어 들어와 악취를 풍기기도 한다. 소각처리되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태워서는 안될 비닐류이다.

재활용품과 함께 섞여 들어온 쓰레기는 선별장에서 사람의 손에 의해 일일이 선별된다. 군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재활용품을 판매해서 2,08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인구가 서천군과 비슷한 5만 9천여명인 전북 고창군의 생활폐기물 처리장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7,6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재활용되는 쓰레기가 고창군의 1/3 수준에 불과한 수치이다.

쓰레기 반입에 대한 규정 없다

대형폐기물 가운데 냉장고의 처리도 문제이다. 냉장고의 처리는 부여군에 있는 업체에 위탁처리를 하고 있는데 반입되기 이전에 상당수가 고철로 값이 나가는 구리 파이프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프레온가스가 공기중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처럼 구리 파이프가 제거된 냉장고 폐기물은 업체에서 꺼려한다는 것이다. 지구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냉장고의 냉매가스는 처리장에서 공기중에 누출시키지 않고 추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민간에 의해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단속 실적은 없다. 이같은 이유로 처리되지 못한 폐냉장고가 비인면 관리 폐기물처리장 한 구석에 수북히 쌓여 있기도 했다.

폐형광등의 경우는 비닐, 종이 등 외피를 제거한 후 깨어지지 않게 분리수거함, 또는 마대 등에 넣어 배출하도록 되어 있다.

형광등 안에는 인체에 해로운 수은이 들어있기 때문에 각 읍면사무소 등에 설치된 분리수거함에 모여 만든 업체로 되돌아가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깨진 채로 일반쓰레기에 섞여 매립장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비일비재이다.

‘서천군 생활폐기물처리시설 주변영향지역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비인 위생매립장과 관련한 주변지역주민들의 대표 모임인 ‘서천군 녹색주민지원협의체’는 생활쓰레기 반입감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반입되는 쓰레기에 관해 반입 규정 원칙을 제정할 것을 군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군은 차일피일 미루며 반입 규정을 만드는 것에 소극적이라고 협의체에서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개인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해보려면 그 사람이 쓰레기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서천군 쓰레기 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세계최고의 생태도시’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낼 수 없다.

1995년부터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서천군은 아직도 이에 대한 홍보·계도 단계에 머물고 있다.

 

 

전북 고창군은 생활폐기물을 가장 모범적으로 처리하는 지자체로 이름이 높다. 지난 7일 <뉴스서천에서는 고창군 아산면 계산리에 있는 고창군생활폐기물종합처리장을 방문하여 그곳의 생활폐기물 처리 과정을 알아보았다.


■ 전북 고창군, 생활폐기물 어떻게 처리하나

“안면몰수 철저감시, 원칙대로 할 뿐”

 

▲ 고창군 생활폐기물 매립장 아래에 있는 침출수가 모이는 연못. 이 물은 매립장 운영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척도이다. 이 침출수는 최종 정화 처리 과정을 거쳐 강으로 보내진다.

고창군생활폐기물종합처리장은 선운산 한 자락이 내려와 골짜기를 이룬 아산면 계산리에 있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인천강변에서 2km쯤 올라가 소쿠리 속같은 골짜기에 안겨있어 천혜의 적지였다.
생활폐기물 반입감시단 사무실에 들어가자 벽에 큰 글씨로 써붙여 놓은 글귀가 눈에 띄었다.

▲ 생활폐기물 종합처리시설반대 아산면대책위원회 강국신 위원장
‘안면몰수 철저감시’
생활폐기물 종합처리시설반대 아산면대책위원회 강국신(55) 위원장과 담당 공무원이 취재팀을 맞았다.
“사정 봐주면 절대 안됩니다. 무대포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원칙대로 할 뿐 달리 방법은 없습니다”
강 위원장의 말이다. 2002년 군이 이곳에 쓰레기 매립장을 건설하겠다고 나서자 아산면 주민들은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줄기차게 반대운동을 벌였다. 고창군 최고의 관광지인 선운사가 있는 아산면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주민들은 아무도 없었다.
“데모하다 징역을 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군내 어디든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설득에 반대만 할 수는 없었다. 2002년 12월 강국신 대책위원장을 구심점으로 한 아산면 주민들은 군과 약속을 했다. ‘고창군 농어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 조성사업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협약서의 주내용은 ▲쓰레기 매립기간은 10년으로 하고 ▲소각장 설치는 절대 하지 않으며 ▲매년 2회 이상 주민들 교육을 시키고 ▲2007년까지 아산면 전지역에 상수도를 공급한다는 것 등이었다. 또한 아산면민 지원금 25억원과 숙원사업비 22억원(2003년도부터 10년간 매년 2억2천만원씩 지급)을 받아냈다.
이와 별도로 반입되는 쓰레기에 관해 세세하게 조건을 명시한 ‘고창군 생활폐기물 종합처리시설 운영시 반입감시 협약’을 체결하였다. 협약서의 주요내용은 ▲쓰레기 종량제를 지키고 ▲재활용 품목의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며 ▲미분류된 폐기물 반입을 금지한다는 것 등이었다.
“군수가 와서 사정해도 안들어줬습니다. 그리고 군수 각시부터 현장체험을 하도록 했습니다”
공무원들 회식자리에서 나온 분리 안된 쓰레기가 반입되자 이를 되가져가 공무원들 책상에 뿌린 사건은 유명한 일화라고 전했다.

▲ 분리수거가 된 고창군의 생활 폐기물

분리수거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는 탓에 소수의 인력으로 수집·운반 업무를 하고 있었다. 환경미화원 7명과 공익근로요원 8명이 전부이며 이들은 모두 군청 소속이다.
군에서 받은 지원금은 기금으로 조성되어 현재 39억으로 늘어났다. 이 기금은 전액 아산면내에 있는 초·중학교에 지원하여 도시 사람들도 내려와 자녀들을 이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할 정도의 시설을 갖추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강국신 위원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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