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 우럭과 함께 살아가는 유부도 어민 김윤철씨
자하, 우럭과 함께 살아가는 유부도 어민 김윤철씨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0.11.01 11:41
  • 호수 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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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철씨.

서천군 유일의 유인도 유부도에는 현재 35가구 86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섬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배편이 없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장항읍 송림리 7반이지만 군산과의 거리가 훨씬 가깝다. 주민들은 소형 어선을 이용, 군산으로 드나든다. 유부도 선착장에서 장항항까지의 거리는 8.5km이지만 이곳 군산시 오식도동 해안까지는 불과 1.5km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식도동의 해안은 담장으로 막혀 있다. 담을 넘어 사람들이 드나들고 생활용품도 들어간다.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국가의 배려는 전혀 없다. 기자는 지난 23일 오후 이곳을 통해 국경을 몰래 넘어 남의 나라에 들어가듯 유부도에 들어갔다.

금강하구를 마주 대하고 있는 유부도는 온갖 어패류가 지천인 풍요로운 땅이었다. 그러나 금강하굿둑이 막히고 군산매립지가 섬 앞을 가로막으며 생태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토사가 쌓이기 시작하며 작년부터는 주민들의 주된 생업 수단인 백합과 동죽도 나오지 않는다.

전북 김제시 진봉면 만경강 끝자락 심포항에서 고기를 잡던 김윤철씨(45)는 2006년 새만금방조제로 물길이 막히자 이곳 유부도로 일가가 들어와 새롭게 삶을 시작했다. 주변 갯벌에서 백합과 동죽을 잡고 배를 타고 나가 꽃게나 새우를 잡아 소득을 올렸으나 작년부터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 갯벌이 모래펄갯벌에서 펄갯벌로 변해가면서 생태계가 변하고 있는 탓이다. 조개 채취는 포기했다. 주민들은 새만금방조제가 막히며 급속히 펄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 부부가 새벽에 잡은 자하.

김윤철씨는 요즘 자하잡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24일 새벽에도 부부가 나가 2kg들이 8통을 잡았다. 자하는 서천군의 특산물로 인기가 높아 판매도 쉬운 편이어서 주수입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잡힐지 알 수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자하를 잡지 않는 시간에는 경운기로 7km 도류제 끝까지 나아가 우럭낚시를 한다. 지난 24일 오전 도류제에서는 우럭낚시에 나선 유부도 주민 10여명을 볼 수 있었다. 잡아올린 우럭은 배를 따서 햇볕에 말려 건어물 시장에 낸다.

김윤철씨에게는 큰 고민이 있다. 유부도분교 5학년인 아들 경환이가 중학교 들어갈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다. 시력장애를 갖고 있는 그는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 경환이의 중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부인이 육지로 나가야 한다. 그리되면 일손이 줄어들어 갯일을 하기 어렵다.

▲ 우럭을 다듬고 있는 김윤철씨의 아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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