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들이여 일어나라!”
“민초들이여 일어나라!”
  • 최현옥
  • 승인 2002.11.14 00:00
  • 호수 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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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 ‘풀’의 일부>

월남전 당시 미군은 정글과 늪지대의 나무 숲 등을 제거할 목적으로 고엽제를 살포했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르며 정글의 숲은 제거되었지만 민초들의 시름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명일역 근처에는 컨테이너 박스 2개가 있다. 이곳은 소외 받은 민초들의 시름소리에 귀 기울이며 권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단법인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서울남부지부 송파·강동연합지회 지회장 구기현씨(56·강동구 천우동)가 있다.
“먼길 오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자신을 찾아준 고향 기자에게 고마움을 표명하는 구씨는 고향의 근황부터 묻는다. 지역 경제는 어떠한지? 쌀 수입개방을 앞두고 수확기를 맞는 농민들의 시름이 얼마나 큰지 등 그동안 가슴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기자의 답변에 귀를 쫑긋 세운다.
“사는 것에 바쁘다보니 고향 돌아볼 겨를도 없이 숨가쁘게 살아왔다”는 구씨는 지금까지 해왔듯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전우들을 위해 일 할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서천지역에 월남전을 참전했다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2대, 3대가 고생하는 전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몸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자신의 작은 몸부림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일파만파의 효과를 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구씨가 고향을 떠난 것은 초등학교 졸업한 후 서울로 유학을 가면서 부터. 서천읍 군사리에 거주하며 골목대장으로 통했던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친구들과 거리를 누볐던 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단다. 특히 사춘기 시절 시작된 타향살이는 지역의 문화·정서적 이질감으로 향수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그는 제2의 고향 서울에서 대학에 재학 중 입영영장을 받고 군에 입대, 1년 동안 월남전에 참전했다. 의무적으로 참전한 것이지만 전쟁의 상처는 지독하고 오래간다.
평소 심장이 답답하고 안 좋았던 구씨는 3년전 건강검진을 받고 고혈압심장 판명을 받는다. 너무나 큰 충격이었던 그는 자신의 처지에 있는 동료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 지난 4월 송파·강동연합지회를 탄생시킨 것이다.
“고엽제 후유증 피해자들에게 복지혜택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다”는 구씨는 짓밟힐수록 질긴 생명력을 발하는 잡초처럼 먼저 쓰러져도 먼저 웃는 전우들이 되길 당부했다.
“점점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되자 부쩍 지회를 찾는 출향인들이 늘고 소주 한잔으로 회포를 푼다”는 구씨. 인터뷰를 마치고 나누는 악수에서 전우애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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