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한수에 우주를 읽는다
창 한수에 우주를 읽는다
  • 최현옥
  • 승인 2002.11.28 00:00
  • 호수 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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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고
절제된 미가
고즈넉이
살아나는 시조창.
시조창은
청풍도 들이고
명월도 반기는
또다른 벗


그는 지진계의 바늘이다. 미세한 떨림에도 감응하려는 듯 눈을 반쯤 내려 감고 음량의 대소와 음색의 변화를 주고 있다. 거기에는 우리 것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져가고 있는 세태 속에서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전통을 지키려고 분투해온 자만의 강단이 있다.
“수백 가지의 시조 시를 대입해서 부를 수 있는 시조창은 산수간의 초려 한간처럼 청풍도 들이고 명월도 반기며 어느것 하나 꺼리는 게 없으며 호흡 하나 하나의 오묘한 맛이 녹아 있습니다”
3분 40초간 격화일로의 어지러움을 꾸짖듯 시조를 유유히 읊어내는 조영연씨(문산면 문장리·75)는 시조는 포용이며 수련이란다.
창을 한참 읊조리고 숨을 고르면 신체와 마음이 다스려져 자연의 움직임 마저 읽혀진다는 것.
그러나 시대의 변화 속에서 과거에는 서천·장항·한산 등 지역마다 시우회가 결성될 정도로 시조창이 번성했으나 지금은 노인들의 전유물이 되고있어 안타까움이 많다.
조씨가 시조와 연을 맺은 것은 21살 때, 집안 어른 앞에서 귀동냥으로 배운 시조 한 대목을 선보인 뒤다.
지금처럼 교제와 테이프가 없었던 과거 무형으로 박자만 알고 공부했던 조씨는 시조창 배우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시작되며 배움의 길은 자연스럽게 끊겼고 40이 돼서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의 성장속도는 빨랐으며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군산을 비롯 서울을 다니며 공부에 전념했다.
또 농사를 지으며 시조창 공부를 해야 했던 그는 부드러운 음색을 갖추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시조 연습실이던 굴에서 전진, 지역에서 사범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96년 백제문화제 전국시조경창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으며 현재 여러 시조대회에서 찬조창을 하고 있다.
“은은하고 절제된 미가 고즈넉이 살아나는 시조창 한 수에 매료되어 외길인생을 걸어왔다”는 조씨는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조창을 배우고자 하는 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시조창을 가르치며 열심히 자신을 따라주는 학생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는 조씨는 “시조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욕심을 버려야만 훌륭한 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전한다.
또 과거 문화원에서 학생들에게 시조창을 가르치며 젊은이들에게 우리 것을 전하는 것이 좋았다며 타지역처럼 학생들이 시조창을 접할 수 있는 전문기관도 만들고 싶다.
“요즘 나이가 들면서 목이 예전 같지 않아 걱정이다”는 조씨는 가곡을 공부 중에 있고 뜻이 있는 자와 함께 시조 알리기에 평생을 바치고 싶다며 지긋이 눈을 감고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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