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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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1.04.09 01:38
  • 호수 5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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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 준공식과 정치인

부사방조제로 물때가 사라지지자 먹고 살 터전을 잃은 사람들도 마을을 떠났다.
200여호 남짓하던 서면 대부사리, 소부사리. 정치인들은 처음엔 간척지 땅을 불하해 줄 것처럼 말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내주고도 보상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사업주체인 보령시에 임대료를 내고 타산이 안맞는 벼농사를 짓고 살아가고 있다.
이제 30여호 남짓 남은 대부사 마을에 마을회관이 새로 지어져 지난 6일 준공식이 있었다. 도비 6천만원, 군비 6천만원의 지원을 받아 건평 27평의 아담한 회관이 탄생한 것이다. 마을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주민들은 힘을 합쳐 음식을 장만하고 잔치를 준비하여 외부 손님들을 초대했다. ‘대부사리 마을회관 준공식’. 이 마을 주민들의 투표로 뽑힌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군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군수. 이들은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관을 알리는 ‘테이프 자르기’ 의식을 치렀다.
이 의식을 통해 이들의 공이 있었기에 마을회관이 새로 탄생한 것으로 비쳐졌다. “마을회관이 지어지는 데 힘쓴 군수의 노고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자”는 제안도 어느 군의원의 발언에서 나왔다.


이러한 군수의 행보를 두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인들이 이러한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하는 것이다.
어떤 주민은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악수를 하자며 손을 내미는 한 군의원에게 “벌써 세 번 째네요”하는 말을 내뱉었다.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산다. 제도 자체가 이러다 보니 이들은 오직 ‘표심’만 일굴 뿐이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행사 참여가 하도 많아 지자체장이 참여하는 행사를 규정에 정해두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생활 현장에서 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는 모습은 볼 수 없을까.


특히 군정이나 국정에 신경 쓰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어려운 시기에 군수나 국회의원은 다른 사람을 보내 대신 축하해 주고 본연의 임무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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