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1.06.20 18:37
  • 호수 5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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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만들어 노인·등산객 전달
이웃돕기 성금 한산면과 마을에 쾌척

 

▲ 우연찮은 기회에 지팡이를 만들게 됐다는 강정구 건사모 회장은 올해초부터 최근까지 줄잡아 400여개를 만들어 등산객과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내게 주어진 수명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이 남아 있는 한 나누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수중에 콩 한 알이라도 있으면 이웃 사람과 나누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며 살아오고 있는 강정구 건사모(건지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71) 회장.

강 회장은 올해 초부터 지팡이를 만들어 나눠주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고 한다.
“건지산에 오르다 칡순에 감겨 말라 죽은 개옻나무를 지팡이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기 시작한 게 아예 취미가 됐습니다”

취재진이 강 회장의 자택을 방문했을 때 그는 몇 년 전부터 뇌졸중과 파킨슨병을 앓고 있음에도 목수출신이어서 그런지 능숙한 솜씨로 말라죽은 개옻나무 껍질을 벗겨낸 뒤 이내 나무를 파고 들어간 칡 순을 제거했다.

“모르긴 해도 올 초부터 지금까지 대략 400여개 정도 만들었는데 주로 건지산을 오르는 등산객과 노인 가운데 지팡이를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허리 굽은 노인들에게 나눠주곤 합니다.”

지팡이를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 고민이라는 강 회장은 “살아 있는 나무를 잘라 만드는 것이 아니어서 수요를 충족시켜줄 순 없겠지만 내가 만든 지팡이가 노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면 하는 심정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췌장암으로 부인과 사별한 강 회장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작은딸까지 지난해 출가시킨 뒤 혼자 사는 적적함을 지팡이 제작은 물론 이웃과의 나눔을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가을에는 건지산에 자생하는 밤 등을 주워 강 회장이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한 집당 2kg씩 모두 221가구에 나눠준 바 있다.

 올해 음력 대보름에는 지현 1리 이장에게  마을잔치를 하는데 써달라며 80만원을 전달했다.
“화양면 월산리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 온 지 5년이 됐지만 집들이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며 집들이와 칠순때 이웃들에게 점심대접도 하지 못하고 해서 적지만 주민들께서 식사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렸을 뿐 다른 뜻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한산면분회와 한산경로당에 양말 50켤레와 100만원을, 지난 2009년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200만원을 한산면에 전달한 바 있다.

“젊은 시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빠듯했을 때는 잘 몰랐지만 내가 가진 것 나보다 힘든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강 회장은 남은 평생을 어려운 이웃과 고락을 함께 하며 살고 싶다"는 강 회장은 사별한 부인과의 사이에 출가한 딸 2명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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