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참 예쁘다
똥은 참 예쁘다
  • 최현옥/시민기자
  • 승인 2011.06.28 10:34
  • 호수 5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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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 < 22편>

‘뿌직 푹푹~’
하루에도 열두 번 더 듣는 아이 똥 누는 소리.


 

똥이 오물이 돼버린 세상. 난 내 똥도 더럽다. 그런데 남의 똥은 얼마나 더러운가? 그런데 똥이 예쁘다는 재해석이 생긴 건 아이를 키우며 이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조카가 집에 놀러왔다가 실수로 방바닥에 똥을 눈 적이 있다. 난 소리소리 지르며 더럽고 냄새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나의 이런 반응에 새언니는 아이가 장난친 거라며 아무 소리 없이 그 똥을 치운다. 그리고 한번은 조카가 변기에 똥을 쌌는데 새언니가 물을 내리려다말고 오빠를 부른다.

오빠와 화장실에서 뭐라 이야기 하고 웃으며 나온다. 알고 보니 아이가 똥을 예쁘게 눴다고 봤다는 것이다. 아기를 임신 중이었지만 참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그리고 10개월 후 나도 엄마가 됐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보게 되는 아이의 똥·오줌, 정말 냄새도 안 나고 더럽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샛노란 색이 그저 예쁠 따름이다.

밥을 먹다가도 다른 일을 하다가도 아이가 불편해하는 소리를 내면 우르르 달려가 기쁜 마음으로 치워준다. 응가하고 시원한지 웃고 있는 아이 모습을 보면 귀여울 따름이다.

게다가 아이의 응가를 보면 예쁘다 못해 신기함까지 느껴질 때가 있다. 상진이가 10개월 때인가 응가를 했는데 아기 똥치고는 너무 크게 싸서 신기함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놓은 적도 있다.

또 한 번은 멜론을 먹고 젖을 먹였는데 아이가 녹색 똥을 싸는 게 아닌가. 내가 먹은 음식에 따라 응가 색이 변하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사실 첫째 아이는 이제 많이 커서 성인 똥만큼 응가에서 냄새가 나서 닦아 줄 때 힘들 때도 있다. 게다가 꼭 밥 먹다말고 응가 마렵다고 잘 해서 일을 치르는데 그래도 밥맛은 안 떨어진다. 내 새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이런걸 보면 정말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만약 부모 병 수발로 똥·오줌을 받아내야 한다면 난 솔직히 자신이 없다.

똥은 고사하고 침도 더럽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내 새끼라 그런지 젖 먹고 토할 때도 안타까운 마음, 트림하면 소화잘 되나 보다고 칭찬하게 된다.

심지어 첫째가 체해서 토할 때 손으로 받아내는 민첩함까지…. 이 모든 것은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엄마’의 위대함이 곳곳에서 빛나는 오늘, 아이 똥도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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