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 < 24편>
■ 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 < 24편>
  • 최현옥 시민기자
  • 승인 2011.07.13 10:57
  • 호수 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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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진이 육아하다

“엄마, 아정이(둘째) 우는데 안아주지 그래?”
“엄마 너무 힘들어서 더는 못 안아 줄 거 같은데”
“그래? 그럼 내가 안아줄까?” 이렇게 말하고 생긋 웃는다.


상진이의 말에 어이가 없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엄마, 아정이 우는데 음악 틀어주면 어떨까? 그칠지 모르잖아”
“그래, 그럼 한번 틀어봐 주자”
상진이, 이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육아의 팁까지 제공한다.


동생을 대하는 상진이의 태도, 처음에는 질투의 연속이었다. 우는 아이를 안고 있으면 옆에서 뽀로통한 표정으로 입을 내밀고 있다. 이유를 물으면 ‘엄마 나도 안아 줘봐’ 한다. 거실에 동생을 눕혀놓으면 ‘애기 보기 싫어! 안방에 눕혀 놔’ 한다. 아정이가 토하는 모습을 보면 ‘토하는 거 보기 싫어! 더러워’하며 인상을 쓰고 돌아앉아 버린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게 달라졌다. 동생 우는 거, 토하는 거 등 일수거일투족을 나에게 알린다. 어떤 때는 내가 보지 못한 것 까지 알려준다. 어느 날부터는 동생이 귀엽다고 안아보고 싶다고 한다. 이불도 덮어주고 선물이라며 베게도 준다. 기저귀 갈은 것도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려준다. 의젓한 오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젠 곰돌이 인형으로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했다. 옆에서 내가 아정이에게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
동생 젖먹이면 자기도 곰돌이 젖 먹인다고 옷 올리고 젖먹이는 흉내를 낸다. 젖을 다 먹이고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주면 자기도 손수건 달라고 해서 곰돌이 입가를 닦아 준다. 기저귀 갈아준다고 손수건으로 인형 엉덩이를 받치고 다닌다.


아정이가 늦게 까지 잠을 안자서 자장가를 불러주면 상진이도 곰돌이 인형을 안고 서성거리며 자장가를 불러준다. 잘 자라며 아정이 옆에 인형을 눕히고 다독거린다. 게다가 내가 아정이에게 하는 말까지 그대로 따라 인형에게 한다. 어떤 때는 수유 쿠션까지 탐을 낸다. 어린이집에 갈 때는 가방에 곰돌이 인형을 넣으며 ‘가방 안이 깜깜하니까 무섭지. 걱정 마. 내가 있으니까’ 한다.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헌신적인 육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에구! 그러더니 이젠 동생까지 키우려 한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이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동생의 안전을 위해 침대까지 사수한다. 우스개로 이러다 ‘상진이한테 아정이 뺏기는 거 아냐?’라는 생각까지 든다.


아는 언니가 둘째를 낳고 울어도 그냥 뒀더니 첫째가 ‘동생 돌보지 않을 거면 뭐 하러 낳냐’고 했다더니 나한테도 상진이가 그렇게 말할 날이 올까 겁이 난다.
옛말에 아이들이 아니면 웃을 일이 없다더니 이런 우리 아들, 내 삶의 웃음 충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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