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25>
■ 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25>
  • 최현옥 시민기자
  • 승인 2011.07.19 10:25
  • 호수 5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사탕봉지 쭉!, 과자봉지 짝!, 아이스크림 봉지 쭈우욱~.
‘엄마 이거 먹어도 돼?’ 질문의 답도 떨어지기 전 찢어져 있는 봉지들.


과자 봉지를 혼자서 찢는 순간부터 통제가 불가하다더니 큰일이다. ‘아이에게 과자를 먹이느니 차라리 굶기라’는 어느 책 제목처럼 그 유해함을 알기에 과자 같은 군것질은 잘 주려 하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집에 과자의 그림자도 남기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상진이 역시 어린아이고 그 달콤함을 알기에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한다.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맞은편에 보이는 가게를 보고 아이스크림 사러가자고 떼를 쓴다. 가장 좋은 자연식품만 먹이고 싶은 깊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이다.


아이 먹을거리에 극성을 부리는 건 어린 시절 상진이가 아토피를 심하게 앓은 이력 때문이다. 지금도 그때 머리에 생긴 딱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생후 1개월도 안됐던 상진이는 약도 쓸 수 없는 상태였고 오직 모유만이 답이었다.


이유식도 6개월이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달걀, 우유, 땅콩, 복숭아 등 알레르기 유발 식품들을 제외하니 참 먹일 것도 별로 없었다. 식품첨가물과 화학성 조미료가 적은 식품과 녹황색 채소, 과일 같은 먹을거리를 먹이며 일지를 적었다. 그렇게 조심했음에도 딸기를 먹고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래서 아기 때 그 흔한 과자는 물론이고 시중에서 파는 두유도 마음 놓고 먹이지 못해 직접 만들어 먹였다.


아이의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과자, 사탕 같은 것은 피할 수 없는 먹을거리 됐다. 그래서 항상 제재를 하는 편인데 부부동반 모임을 가면 그날은 아이의 생일날이다. 형, 누나들이랑 어울려 음료수와 과자를 맘 놓고 먹으니 말이다.


난 그 순간에도 아이에게 ‘조금만 먹어라, 이 썩는다.’ 등 여러 가지 말을 하는데 남편은 이 날이라도 맘 편하게 먹게 나두라 한다. 일부에서는 아이에게 스낵류와 빙과류 같은 식품을 먹인다고 건강에 무조건 나쁜 건 아니라며 아무거나 먹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게다가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더 건강하다고 유난 떨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 입에 과자, 음료수 등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떨쳐낼 수 가 없다.


남편은 무조건 제재하는 것보다 눈앞에 놓고 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나도 상진이가 한번은 맘껏 먹고 골라보도록 해주어야 갰다는 생각은 한다. 오히려 호기심과 스트레스로 더 집착이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너무나 달콤하고 매력적인 그대들이여, 엄마 입장에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