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
■ 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
  • 최현옥 시민기자
  • 승인 2011.07.25 14:59
  • 호수 5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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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바쁘다 바빠

황금 같은 주말 오후, 두 아이가 운다.
하나는 젖 달라, 하나는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고 화가 나서 운다. 나는 아정이를 안고 남편은 상진이를 안고 달랜다.


아이를 하나씩 안고 있는 서로의 모습이 처량해 보여 피식 웃음이 나온다. ‘우리 이러고 살려고 결혼하고 아이 낳았니?’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남편은 둘이라 하나씩 담당할 수 있어 다행이란다. 만약에 셋이면 지역방어라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둘째가 태어나고 생활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식구가 는다는 건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얻는 정도라 생각했는데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정말 전쟁터가 따로 없다.
처절한 우리 부부. 같이 차 한 잔 한 적이 언제인지, 오순도순 이야기 나눈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전에는 상진이만 재우면 모든 상황이 종료됐는데 상진이 소리에 겨우 재운 둘째가 잠에서 깨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게다가 집안일은 두 배로 늘었다. 밥 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끝없는 쳇바퀴. 금방 치운 방이 다시 지저분해지는 데는 정말 30분도 안 걸린다. 빨래 바구니에는 돌아서면 빨래가 수북하고 냉장고 안 반찬은 이틀을 못 간다. 세상이 편해져 기계가 대신 해주는데도 이런데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을 키워냈는지 대단하다.


남편이 잠시 주말에 집을 비우면 난 두 아이의 욕구 안에서 충돌한다. ‘엄마 같이 놀자’ 소리를 입에 달고 있는 상진이와 틈만 나면 기저귀 갈아 달라 젖 달라 안아 달라 우는 아정이 때문이다.
항상 순위에서 밀리는 건 상진이다. 둘째를 돌보는 사이 상진이는 또 혼자 놀고 있다. 오빠를 이긴 둘째는 내 품에서 웃으며 잠들어 있다. 착하고 순한 상진이와 나, 마음속에 뭔가 모를 앙금이 남는 느낌이다. 이럴 땐 나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이지만 너무 힘들어 어디로 도망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파업하고 싶다.


그래도 햇빛에 빠짝 빠짝 말라가는 빨래를 보면, 아이 입에 속속 들어가는 밥을 보면 설거지 후 깨끗하게 정리돼 있는 그릇들을 보면 기분이 참 좋다. 두 아이와 함께하려고 급하게 설거지를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새까만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니 저 아이들 아니면 누가 나에게 엄마라 불러주고 무언가 요구할까 싶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말할 날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싶다. 누군가 나에게 필요하다고 할 때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고 싶고 아이들에게 너무 늦은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과 밖에서 일하는 남편을 보면 더 열심히 살아야 갰다는 다짐이 든다. 삶에 이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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