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혼, 담아오겠습니다”
“민족의 혼, 담아오겠습니다”
  • 최현옥
  • 승인 2002.12.20 00:00
  • 호수 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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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깊고 푸른 물 속에서 겨레의 숨결을 느낀다
"풍덩∼"
소년은 금강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모든 것을 무한한 아량으로 감싸주는 그곳에서 진정한 자유를 만났다. 물놀이가 끝난 후 둑에 누워 햇볕을 쬐다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이빙 시간 21분·수심 23m·시야 30m·영하의 수온인 백두산 천지에서 아이스 다이빙을 하며 그는 다시 긴 잠에 빠져든다.
천지 수중세계는 끝없이 깊고 푸르며 물 속에서 바라본 천지표면의 얼음은 그 형상이 금강산 만물상을 만들어 놓은 것만 같다. 팔뚝만한 산천어 무리가 바위틈에서 아가미를 움직이며 겨울잠을 잔다. 무지해 보이는 산천어를 보고 있으면 숨 가쁘게 살아오며 잃어버리고 살았던 어릴 적 친구들 웃음소리가 생각난다. 천지 다이빙을 하며 그는 다시 금강의 품에 안긴 듯 무한한 자유를 느낀다.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주었던 금강처럼 모태인 민족의 산 백두산 천지에서 순수와 만난 것이다.
"아이스 다이빙은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한 시험인 것 같아요. 오직 마음과 마음으로 모든 것이 진행되죠"
세계최초로 백두산 천지 아이스 다이빙을 성공한 수중탐험대장 강경순씨(36·사진좌)는 "천지 아이스 다이빙은 자연과의 소통이며 민족의 정기를 받는 숭고한 일이라"고 말했다.
백두산은 우로 백운봉·자성봉, 좌로 백두봉·천문봉 등 여러 봉우리들을 품에 안으며 백두대간을 시작으로 압록강과 두만강을 이룬다.
그곳을 향해 탐험대는 오는 30일 서울을 떠나 5박6일의 긴 여정에 들어간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영하 40도가 넘는 혹독한 강추위와 강한 바람·눈보라. 그래서 죽음의 고비를 넘어 만나지는 천지는 더욱 숭고하다. 천지에 도착 후 얼음이 얼지 않은 입수장소를 선택하고 체내질소와 고도 대기의 질소 부분압이 같아지는 12시간이 경과 후 다이빙에 들어간다.
9시간의 등반과 고산증, 추락사와 다이빙 시 동상에 걸리는 것 등 많은 장애물이 그들을 가로막는다. 이에 98·99년의 시도는 연거푸 물거품으로 돌아갔으며 2000년 새천년을 맞는 6명의 대원들은 그 첫 성공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올해 등반하는 18명의 대원은 지난 1년 동안 산악훈련을 주기적으로 하며 준비해왔지만 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일이라 강한 자신감이 필수다.
강씨가 시킨 스쿠버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며 이다. 어린 시절 골목대장으로 한산면 용산리 금강에서 친구들과 수영을 즐겼던 그에게 물은 매력적인 것이었다. 지금은 장비가 많이 발달했지만 그가 배우던 시절만 해도 장비가 미흡해 공기통을 가지고 다녀야 했으며 교육장소가 없어 일반 수영장에서 다이빙 연습을 했다.
군산대를 수석 졸업한 강씨는 95년 국내최초의 민간주조단체인 삼성그룹 3119구조단 특수구조대 창단 멤버로 입사한다. 그리고 외국의 여러 스킨스쿠버 단체가 한국에서 강사를 육성하는 것을 보고 국내 최초 브랜드 자격증 '스쿠버 인터내셔널'을 창설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외국에 교육관을 설치, 만여 명의 강사를 배출하고 있다.
"대장으로 대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이 크지만 가족과 같은 팀웍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를 보살피기 때문에 항상 흐뭇하다"는 강씨, 천지를 접하고 탄성과 눈물을 흘리는 대원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꿈꿀 때 나는 민족의 혼이 살아있는 백두산을 꿈꾼다"는 강씨는 한길을 가다보면 꿈이 보인다는 소신으로 스킨스쿠버의 길을 걷고 있다.
한편 오는 30일부터 5박6일 동안 진행되는 백두산 천지 다이빙은 구정특집으로 'MBC 스페셜'에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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