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아름다운 세상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
  • 최현옥
  • 승인 2002.12.20 00:00
  • 호수 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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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들녘, 일하던 부부는 고개를 숙여 기도를 하고 있다. 멀리 흐릿하게 교회가보이고 교회 탑에서는 종소리가 울려나올 것 같다. 밀레 ‘만종’은 노동과 가난의 고단한 삶 속에서 감사하는 경건함이 녹아있다.
한산면 단상리에 거주하는 김진익(53·남)·최병숙씨(47·여) 부부 역시 그림속 주인공처럼 노동의 소중함과 만물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저는 노는 게 죄 같아요. 일 안 하면 몸이 여기 저기 다 쑤셔요”
지역에서 일 욕심 많고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김씨의 별명은 ‘밤이 왜 생겼냐’ 이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5시간 이내로 밤을 낮 삼아 50평생 흙과 살아왔다.
맨손으로 시작한 부부는 땅을 임대 받아 논농사 4만평, 담배농사 천 평, 방앗간 품팔이 등을 하였으며 올해도 대농을 했다.
지금은 승용 이양기 사용으로 모심기가 쉬워졌지만 과거에는 모내기만 한 달이 걸렸으며 밭농사를 겸하며 부부는 논으로 밭으로 밤·낮 없이 달리기를 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어머니를 모시며 경제적 책임을 져야 했던 김씨, 군대에 가서 받은 봉급을 땅에 묻었다 재대할 때 가져왔을 정도였다. 최씨 역시 어려운 시대 속에서 하교 후 모시 짜는 일로 일과를 다 보냈다.
“요즘은 열심히 땀흘려 일 한자가 바보 취급당하는 시대이지만 노력하는 자가 대접받는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두 부부는 소같이 일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논 1만1천평과 집·방앗간 등을 마련하며 자칭, 타칭 자수성가를 했다.
“노동은 고귀한 땀의 결실이며 그런 노동은 항상 즐겁게 해야 한다”는 김씨는 이제 경제적인 이유보다 일의 소중함으로 농사일에 임하고 있다.
그리고 평소 소신인 ‘정직’을 삶의 목표로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마을의 농업인 대부분이 노인들인 관계로 농약치기·모심기·논 경작 등은 도맡고 있으며 주민들을 위해 농기계를 기증한 것이 그것. 또 어버이 날이나 마을 행사에 식사대접을 비롯, 마을회관에 물품을 기증했다.
“자연에서 얻은 것이니 이제 쓸 만큼만 쓰고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는 최씨는 앞으로 꿈이 많다. 지역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돕고 싶은 것.
이에 아직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며 터를 다지고 있다.
그리고 “얄팍한 속임수로 남의 등을 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의 우직함이 본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열심히 땀흘린 자가 인정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남편의 사랑 때문에 그동안 견뎌왔다”는 최씨는 “우리는 진정 신토불이 부부다”며 된장국처럼 구수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세상 속에서 만물에 감사하며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이 부부의 거친 손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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