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왜 친환경 농업인가? (6)지역 순환형 사회를 위하여(최종회)
■ 기획취재 / 왜 친환경 농업인가? (6)지역 순환형 사회를 위하여(최종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1.08.01 11:18
  • 호수 5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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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먹을거리 체계·지역화폐 통해
지역순환형 공동체 이룩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농업과 환경을 조화시켜 지속가능한 농업생산력을 확보함으로써 농가소득 증대, 환경보전, 농산물의 안정성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환경보전형 농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화학비료나 유기합성 농약을 사용하는 화학물질 의존형 농업은 물질 순환의 측면보다는 경제순환의 측면을 중시하는 농업의 형태로 지속가능한 순환형 사회를 이룩할 수 없다. 생산-유통-소비-폐기의 반복되는 경제 순환 속에서 지역먹을거리 체계와 지역화폐를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순환형 사회 구축에 대해 알아본다.


▲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로 매월 15일과 30일에 열리는 마서 동네장터
자본에 예속된 생산-소비-유통-가공

순환의 체계 속에서 이루어졌던 우리의 농사가 자본이 주도하는 국가경제 속에 편입되면서 이윤을 만들어내기 위한 산업, 즉 농업으로 바뀌었다. 퇴비 대신 화학폭탄 제조업체가 생산한 화학비료로 대체되었고 농사의 시작이자 완결인 종자도 다국적 종자업체가 공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민의 역할은 대폭 축소되었으며 그 자리를 자본이 대신하게 되었다.

다수확품종을 재배하기 위해서 독살충제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가 되었으며 자연의 순환을 고려했던 다품종 생산이 단일경작으로 대체되면서 먹을거리 생산은 지역경제의 순환이나 지역의 필요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과거의 다품종 생산은 지역내 자급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지만, 대규모 단일경작은 지역의 시장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유통자본의 개입이 없다면 판로의 확보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농사의 연장에서 각 지역에서 이루어졌던 농산가공도 가공자본의 몫으로 되어버렸고, 제도와 법은 농민의 소규모 가공을 제한하고 식품자본에게 유리하게 적용되었다. 지역이나 국가단위에서 순환이라는 체계 속에서 이루어졌던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는 종자, 농약, 비료에서 시작해서 가공과 유통에 이르는 거의 전 과정이 거대 자본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가 부담한 식품비 가운데 생산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포장업자가 가져가는 몫보다도 적은 지경에 이르렀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획일화된 ‘질 나쁜 값비싼’ 먹을거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전면적 전개는 ‘농’과 ‘식’의 거리와 관계를 이처럼 더욱 멀어지게 만들어 버렸다.

 

로컬푸드, 지역내 소득 향상 불러온다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를 그 지역 주민들이 소비하는 체계인 지역먹을거리(로컬푸드)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얼굴을 볼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내자는 운동이다.  거대자본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늘어난 ‘농’과 ‘식’ 즉 생산과 소비 사이의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사회적·심리적 거리를 줄이자는 운동으로 지역먹을거리운동은 농(農)이라는 생산현장과 식(食)이라는 소비현장 사이의 왜곡된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운동이고, 더 나아가 파괴된 ‘농’의 순환체계도 복원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지역먹을거리운동은 현재의 세계 농식품체계가 거대 농기업들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이들 소수의 대자본의 이윤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먹을거리가 농단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운동이고, 지속가능한 순환형 농식품체계를 회복시키는 운동이다. 또한, 농민과 소비자 사이의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신뢰를 확산하고, 녹색혁명형 농업이 초래한 생태적 균열을 회복시킴으로써 농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게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먹을거리의 생산-소비가 이루어짐으로써, 생산자는 자신이 생산한 안전한 먹을거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안정된 생활에 기여하게 된다.

지역먹을거리운동에서는 규모와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전업농가뿐만 아니라 겸업농가도 주역이 될 수 있고, 경작을 포기하는 휴경지의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역전체로서는 외부로의 화폐유출을 막아 지역내 소득의 향상을 가져와서 지역경제에 공헌한다.

 

지역순환형사회로 가는 촉매제 지역화폐

지역화폐(eco money)란 특정지역 내의 주민들이 그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화폐로 특정한 단체가 발행하고 회원 내부나 한정된 지역에서 유통되어 정부가 발행한 화폐와 다른 통화이다. 대부분의 지역화폐는 통상적 화폐(국가통화)나 다른 지역화폐와 호환성을 갖지 않지만 일정비율로 교환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지폐처럼 인쇄물로 발행되는 것, 통장에 잔고가 기재되기만 하는 방식, 네트워크에서 주고받는 전자머니 방식 등 발행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상품권도 일종의 지역화폐이다.

문화비평가 고길섶 전 문화연대편집국장은 “에코머니 발행의 목적은 단적으로 말하면 자본주의나 시장경제의 횡포에 대항하자는 것”으로 “이익지상주의, 즉 부의 획득과 증대를 위해 벌이는 격렬한 경쟁과 화폐를 통한 인간지배를 극복하고, 사람과 사물(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서로 협력하고 상호 협조하는 사회관계와 인간관계를 통화를 통해서 실현하고자 하는 운동으로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화를 그 지역에서 원활하게 유통시켜 지역 순환형사회로 갈 수 있는 촉매제가 된다.”고 말했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19세기 전반 영국의 ‘노동화폐’까지 소급할 수 있지만, 1983년 캐나다의 뱅쿠버 섬에서 린튼이 시작한 LETS(지역교환 거래제도)를 계기로 그 후 세계 2000곳 이상의 지역에서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현재 400개가 넘는 지역화폐가 각지에서 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전시 대덕구에 본부를 둔 한밭레츠(tjlets.or.kr)가 있다. 1999년 설립된 한밭레츠는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고 회원이 증가하면서 의료생협 등 새로운 대안 운동을 벌이고 있어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이후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소위 베이비붐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단카이’세대가 대거 은퇴하는 시점이 되면서 퇴직한 시니어들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소일거리가 필요하게 됐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전원참가형 사회’ 라는 슬로건과 함께 65세 이상의 고령자와, 주부,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지역의 환경과 지역성을 고려하여 주민 스스로가 조직하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유지하는 지역공동체 사업을 주요 전략으로 검토하고 지원하고 있다. 서천군에서도 이같은 지역내 순환형 사업으로 서천이라는 지역공동체가 나아갈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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