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 < 38편>
■ 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 < 38편>
  • 최현옥 시민기자
  • 승인 2011.11.07 11:24
  • 호수 5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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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4살? 예쁜 4살!
요즘 상진이에게 무슨 말을 못하겠다.
조금만 단호하고 경직된 목소리로 ‘상진아~’ 하고 불러도 ‘엄마는 나만 미워해’한다. 그냥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도 ‘엄마 왜 또 밉게 애기해?’ 한다. ‘아냐 엄마, 그냥 상진이 이름 부른 거야’라고 해도 아니야 ‘엄마 밉게 얘기한 거야’ 한다.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겼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속에 불만이 내재돼서 그렇게 말하는 건지 속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자기 생각과 조금만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엄마는 나만 미워해’, ‘엄마 때문에 속상해’, ‘엄마 싫어’라고 말한다.
결국 ‘엄마는 나쁜 사람’하며 울음을 터뜨려버린다. 한번은 조금 경직된 목소리로 아이를 불렀는데 ‘나 아무것도 안했어. 왜 그래?’ 한다. 정말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 걸까?
며칠 전 금강하굿둑에 있는 놀이공원에 놀러갔었다. 자동차도 타고 두더지 잡기도 하고 틀린 그림 찾기도 했다. 너무 늦어져서 집에 오기 싫다는 아이를 달래서 데리고 왔다.
집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이는 화가 나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상진이랑 놀이공원 가서 기분이 좋다’라고 했더니 아이는 ‘엄마 혼자 다했잖아’ 한다. 어렸을 때는 엄마와 함께하고 혼자 하지 못하면 도와달라고 하더니 지금은 자기 주도적으로 하지 못한 것이 속상하단다.
4살, 정말 우리 부부는 상진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3살일 때의 모습과 너무 다른 아이의 모습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앉아서 얌전하게 책만 읽던 아이, 아니 순종적이었던 ‘아기’가 어느 순간 자기만의 생각과 주장이 있는 ‘아이’가 돼버렸다.
여자처럼 머리 묶어 달라던 아기가 총, 칼을 좋아하고 괴물 흉내를 내는 남자아이의 본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상진이가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에 대견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행동해서 감당하기가 힘들 때도 있다.
특히 자기 생각과 조금만 다르면 울거나 화내거나 할 땐 지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자기 잘못으로 화가 나있다가도 설명해주면 한참 생각해보고 ‘엄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한다.
며칠 전 이웃집에 놀러갔는데 아이 엄마가 ‘요즘 엄마 미워! 이런 말 많이 하지 않아요?’ 하면서 ‘이놈의 4살 이제 두 달 남았네요’라고 한다. 예전에는 ‘미운 4살, 버리고 싶은 7살, 죽이고 싶은 8살’이라더니 요즘은 ‘버리고 싶은 4살, 죽이고 싶은 7살, 널 왜 내가 낳고 미역국 먹었니? 8살’이라며 그 말이 맞는다고 웃는다.
지난밤, 별일도 아닌 일에 상진이는 울면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아이가 혼자 놀고 있어서 가만가만 다가가 ‘상진아,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야?’라고 했더니 ‘상진이’ 한다. ‘그럼 상진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야?’ 했더니 ‘엄마, 아빠’한다. 어제일은 다 잊어버렸는지 말이다.
이런걸 보면 미운 4살? 아니, 예쁜 4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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