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신맬서스주의자들이 퍼뜨린 ‘인구폭탄’ 망령이 재현되려는지, 언론마다 새삼 환경과 자원 문제를 짚고 나섰다. 에너지 과소비에 의한 지구온난화, 그리고 세계의 인구와 식량 부족을 걱정했지만, 우리의 인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4000만이 넘을 때엔 큰일이다 눈을 부라리더니, 5000만을 넘긴 현재 더 낳으라 다그쳐도 괜찮은 건가. 식량의 4분의3과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면서 더 낳으라는 우리. 세계 인구가 우리처럼 소비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지, 어떤 언론도 우리의 끔찍할 내일을 경고하지 않았다.
1968년 폴 에를리히는 《인구폭탄》을 썼다. 18세기 맬서스처럼, 폴 에를리히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식량이 먹이지 못한다면 사회 혼란을 맞을 수 있다고 무섭게 경고햤다. 록펠러와 포드재단의 지원으로 세계 인구의 증가를 제한하려 미국이 가난한 국가들을 쥐 잡듯 볶아댈 때, 미국 대학의 젊은 생물학자 폴 에를리히는 신맬서수주의자의 선봉에 섰는데, 요즘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1960년대, 풍요로운 미국의 삶에 익숙해진 에를리히는 늘어나는 세계의 가난한 인구를 주목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 삶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웠고 80세에 다가서면서 쓴 《진화의 종말》에서 미국식 삶을 비판하게 되었다. 지구 최상위 포식자마저 지배하는 인간의 수는 현재 지나치게 많다. 그러므로 이제와 확! 줄일 수 없다면, 대안적 삶을 모색해야 한다.
에를리히는 진화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다. 그는 인간이 큰 두뇌를 앞세우고 지구촌에 나타나 인구를 한없이 늘리면서 발생한 생태적 변화부터 주목한다. 진화돼 나타난 숱한 생물종들은 예측할 수 없는 환경변화에 적응하거나 도태되면서 명멸했지만 자연스러웠는데, 인간 등장 이후 급변했다. 커다란 두뇌로 엮어나간 문화는 이윽고 과학을 만들어내 이론과 기술을 새롭게 얹어나가더니, 자신만을 위한 과학기술로 확장하면서 사단을 일으켰다는 거다. 진화를 연구하는 원로학자다운 차분한 설명은 이어진다. 진화와 문화가 환경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한 일반 독자는 물론, 환경변화에 무덤덤한 생물학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한마디로 환경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화에 편견이 개입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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