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익을 무렵이면 약방 문 닫는다
감 익을 무렵이면 약방 문 닫는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1.11.14 11:46
  • 호수 5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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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취 물씬·간질환에 특효
문무충절효 5절을 갖춘 나무

▲ 재래종 감. 비인면 남당리

 

감잎이 우수수 지고 난 감나무에 붉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내뿜고 있다.
가을정취의 백미다. 요즈음처럼 먹을거리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 감은 아이들의 주요 간식거리로 11월 중순 무렵까지 남아나지 않았다. 판교나 문산 등지에서는 감이 주수입원이기도 했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일손이 없어 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감이 익을 무렵에는 약방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몸에 좋다는 얘기다. 동의보감에는 감이 우리 몸에 좋은 일곱 가지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다.
△심폐를 눅여주고 △갈증을 멈추게 하며 △폐엽이 마르고 시들어 발생하는 병증과 심장의 열을 치료한다. △식욕이 나게 하고 △술독과 열독을 풀어주며 △위의 열을 내리고, 입이 마르는 것을 낫게 하며 △토혈을 멎게 한다.
동의보감은 약효 말고도 감이 좋은 일반적인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다. △나무가 오래 살고 △그늘이 많고 △새가 둥지를 틀고 △벌레가 없고 △단풍이 들어서 좋으며 △과실이 아름답고 △떨어진 잎이 곱고 크다.
동의보감에는 또 “감을 볕에 말린 것을 곶감이라 하고, 불에 말린 것은 오시라 하는데, 약성은 보통 감과 다르다.
오시는 쇠붙이에 다친데, 불에 덴 데 쓰며, 새살을 돋아나게 하며 아픈 것을 멎게 한다. 곶감은 장과 위를 두텁게 하고 비위를 든든하게 하며, 오랜 식체를 삭게하고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고 목소리를 곱게 한다.
한편, 감과 비슷하나 그보다 훨씬 작은 고욤은 딸꾹질을 멎게 하는데 쓰며, 검푸른 빛을 띠는 감인 먹감은 술독을 풀며, 심폐를 눅여주고 갈증을 없앤다”라고 적고 있다.
그 외에도, 감잎은 5~6월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 감잎차 재료로 쓰는데 혈압을 내리고 동맥경화시 혈류량을 증가시키며 해소 천식에 효과가 있으며, 감식초는 잘 익은 감을 따서 항아리에 담아 약 1년간 자연발효를 시켜 만드는데, 천연구연산을 다량 함유해 살균작용이 강하고, 소화액 촉진과 체질개선 작용이 강하다고 한다.
이처럼 약효가 다양하고 유용한 감이다 보니 ‘감이 익을 무렵에는 약방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가 하면, 예부터 감나무를 문무충절효(文武忠節孝)의 5절을 갖춘 나무라고 일컬었다.
△잎이 넓어서 글씨 연습을 하기에 좋으므로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해 화살촉 재료로 쓰이므로 무(武)가 있고 △열매의 안팎 색깔이 똑같이 붉어서 충(忠)이 있으며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열매가 달려 있으므로 절(節)이 있고 △치아가 없는 노인도 홍시를 먹으므로 효(孝)가 있다.
이러한 감을 발효시켜 감식초로 만들어 짭잘한 소득을 올리는 농가들이 많다. 신맛은 간장, 담낭을 보하는 역할을 하는데 상품성이 떨어지는 재래종 감을 이용해 감식초를 만들면 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다.
간이 나쁜 사람에게 효험이 있다. 감식초 원액에 꿀을 넣고 물로 희석해서 복용해도 된다. 감식초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본다.

 

◆감식초 만드는 방법


- 감은 익기 전의 푸른 감도 가능하지만 잘 익거나 연시가 되기 직전의 감이 좋다.
- 산중의 청정 지역에서 나는 감은 굳이 세척을 할 필요 없으며 땅에 떨어지면서 약간 상처가 난 감은 도려내고 사용한다.
- 항아리는 반드시 숨쉬는 전통 항아리여야 하며 깨끗이 씻은 후 완전 건조한 후 사용한다.
- 감의 꼭지를 딸 필요가 없으며 부패 방지를 위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감을 전통항아리의 70% 정도까지 차곡차곡 채운 후 천이나 창호지로 밀봉한다. 이 때 감 잎을 함께 넣거나 기존의 감식초 원액을 첨가하면 발효에 도움을 준다.
- 5개월간 발효시킨 뒤 찌꺼기를 짜내 체로 거른 것을 물기를 제거한 깨끗한 항아리에 넣어 7개월간 더 숙성시킨다.
- 겨울에도 20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시킨다.
◇주의할 점=공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로 밀봉하면 미생물의 활동이 불가능해 부패할 우려가 있다. 반드시 공기소통이 가능한 천이나 창호지로 밀봉하며 적정온도를 유지, 발효시켜야 한다.
<자료제공/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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