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풀 이야기 / 배암차즈기
■ 우리 풀 이야기 / 배암차즈기
  • 김지홍 시민기자
  • 승인 2011.11.14 11:49
  • 호수 5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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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살지기에 싹이 트는 풀

 

가을이 깊었다. 잎이 말라버린 풀들은 맺은 씨앗을 퍼뜨리기에 골몰해 있고 노랗게 빨갛게 물든 나뭇잎들은 바람이 살짝만 건들여도 우수수 떨어진다. 초목을 죽이는 이러한 가을의 음기운을 역학에서는 ‘숙살지기(肅殺之氣)’라고 한다. 동물들도 이러한 기운을 느끼며 움츠러들기 마련이고 긴 겨울을 날 준비를 하게 된다.
풀은 이처럼 불리한 시기에 지상부를 없애버리는 것이 나무와 다른 점인데 이러한 시기에 싹이 트는 풀들이 있다. 이 가운데 배암차즈기라는 풀이 있다. 꿀풀과 여러해살이 풀인 이 풀은 옛날에는 한반도 남부지방 논둑이나 밭둑에서 흔하디 흔했지만 제초제가 범람하면서 희귀식물이 돼버렸다.
예부터 뱀배추로 불리어왔는데 토종 약초를 연구하는 어떤 사람이 곰보배추라고 부르는 바람에 곰보배추로 더 알려져 있다. 한자로는 눈 밑에서 자란다 하여 설견초(雪見草), 겨울을 푸르게 난다 하여 과동청(過冬靑)으로도 불리며 곰보처럼 얽어있어 마마초라고도 불린다.
이 땅의 토종인 배암차즈기는 그 생태가 독특하다. 남들은 한창 잎을 피우고 성장하는 7월에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시든다. 찬바람이 불어와 초목이 말라죽어갈 때 이 풀은 싹을 틔우고 추운 겨울을 푸른 잎으로 나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 못생긴 이 풀의 신비한 효능이 알려지며 각광을 받고 있다. 이 풀을 재배하는 농장도 있다. 기침, 가래, 천식, 기관지염 등 기관지 계통의 모든 질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소득작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피를 맑게 하며 이뇨작용에 좋고 몸의 독을 풀며 당뇨에도 좋다고 한다.
먹는 방법은 주로 3월~5월에 뿌리째 채취하여 쌈으로 싸먹기도 하고 효소를 만들어 먹기도 하며 말렸다가 달여 차로 먹기도 한다. 술을 담가 마셔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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