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의 고장 서천 - (2)박대
■ 맛의 고장 서천 - (2)박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1.12.05 12:09
  • 호수 5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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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정식 먹으러 서천 가자”
밥상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나설 때…
껍질을 활용한 조상의 지혜-박대묵

▲ 장항물량장 박대 건조 광경.
서천 사람들에게 박대만큼 친숙한 어족이 있을까. 가을철 장항 물량장 주변은 박대 말리는 모습이 장관이고 웬만한 식당라도 가면 박대구이는 어김없이 밥상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내륙 사람들은 박대와 서대를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더구나 박대와 서대는 껍질을 벗겨 말리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더욱 어렵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서대와 박대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서대/박대와 모양이 같고 길이는 소의 혀 비슷하다.
박대/서대를 닮았으나 그 작고 엷기가 종이 같다. 줄줄이 엮어서 말린다.
명쾌한 설명이다. 서대는 소의 혀(설 舌)를 닮아 그런 이름을 얻은 것으로 보이며 박대는 종이처럼 얇아서 엷을 ‘박(薄)’자를 얻은 듯하다.
가자미목 참서대과에 속하는 서대와 박대는 우리나라 참서대과 어류 가운데 가장 큰 어종으로 몸길이 최대 57cm까지 성장한다. 몸과 머리는 옆으로 매우 납작하며, 폭은 넓고 길이가 길어 위에서 보면 체형이 긴 타원형이다. 머리는 작은 편이고, 옆줄(측선)은 세 줄이며 머리까지 이어진다. 눈은 매우 작고 몸 왼쪽으로 모여 있어 가자미목 어류의 전형적인 특징을 나타낸다. 눈이 있는 쪽은 흑갈색이고,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을 띤다.
박대는 저서성 어류로 연안의 갯벌 바닥에 서식하며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기수역에 살기도 한다.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잡히는 어종으로 게와 어린 조개류, 갯지렁이 등을 주로 먹는다. 금강하구는 이러한 박대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어서 금강하구 일원에서는 흔하디 흔한 생선이었다. 산란시기는 6~7월로 이 무렵의 박대나 서대는 횟감으로도 좋지만 국으로도 맛이 아주 좋다.
장항에서 가공되는 박대는 항만박대라 불리웠는데 항만박대의 뛰어난 맛이 알려지며 이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제주 옥돔에 그 맛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제주 사람들도 항만박대를 주문합니다.” 장항 물량장에서 박대 가공·유통을 하는 대지수산 김종철 사장의 말이다.
이러한 박대가 여태까지 밥상의 조연 역할에 머물고 있다. 순천만에서는 ‘꼬막정식’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꼬막을 넣은 된장국에서 꼬막무침에 이르기까지 꼬막을 이용한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박대를 이용하여 다양한 요리를 내놓는다면 순천만 꼬막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이제 금강 하구의 대표 어종으로 당당히 밥상의 주역으로 나설 때이다.
생선의 껍질에 많은 ‘콜라겐’은 단백질의 일종으로 끓이면 부드러운 젤리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원리를 이용해 묵을 만들어 먹는 지혜를 터득했다.
“생선껍질로 만든 묵은 콜라겐이 풍부한 고급식재료일 뿐 아니라 쫄깃거리는 맛도 탁월합니다.” 서천요리아카데미 학원 이영주 원장의 말이다.
경상도 지방에선 아나고묵, 전라남도에선 홍어묵, 그리고 서해쪽에서는 박대묵을 만들었는데 우리 고장에서는 묵이 쉬 녹아버리는 더운 계절을 제외하고는 날씨가 선선해지면 박대묵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 밥상의 한 켠을 차지한 박대조림.

 

▲ 박대묵.

 

◆박대묵 만들기

서대와 박대는 같은 과에 속하므로 껍질이 가지고 있는 성분이 같아 같은 맛의 묵을 만들 수 있다. 묵에는 부스러기 하나라도 허투로 하지 않겠다는 조상들의 정신이 배어 있음을 잊지 말자.
- 비늘을 잘 벗겨낸 박대 껍질을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 후 이용한다.
- 잘 건조한 박대 껍질은 튀김으로 활용해도 훌륭한 식품이다.
- 박대 껍질을 잘 씻어 약에 불에 두어시간 푹 고아내듯 졸인다.
- 젤라틴이 녹아나와 끈적함이 느껴지면 다 달여진 상태이다.
- 체에 걸러낸 후 고정 틀에 넣어 굳힌다.
- 쪽파나 부추 등 양념을 넣어 무침으로 먹어도 좋지만 간장만으로 간을 맞춰 먹는 것도 박대묵의 산뜻한 맛을 느끼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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