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누가 힘들게 했나
‘위안부’ 할머니 누가 힘들게 했나
  • 현종갑 칼럼위원
  • 승인 2011.12.27 15:39
  • 호수 5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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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잃은 설움을 가장 처참하게 겪은 분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께서 “식민 통치 기간의 강제 노동과 성노예의 사용에 대해 일본에 새로운 사과를 요구하지 않기로 서약했다.”고 에이피통신 등 외신이 보도한 것으로 알려진 적이 있습니다.(2009년 1월) 평생을 피눈물로 살아오신 종군위안부 할머니들과 강제노동 정신대 피해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살아계신데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습니다. 개인에 대한 피해 배상을 국가가 막는 셈이라 마땅히 그렇게 생각할 일이었습니다.


  그랬는데, 이 분이 그 분일까 싶을 정도로 지난 12월 18일 이명박 대통령께서 한·일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를 압박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86세에 모두 여든이 넘어 거의 병상에 계시거나 다 돌아가시고 예순 세 분밖에 안 계신데 이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일본은 사과할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되고, 그러면 우리 국민 정서상 일본과의 진정한 우호는 없다는 뜻도 전했습니다. 모두 옳은 말이었고, 국민들도 모처럼 참 잘 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은 그간 정부가 한 일이 아니고 민간인들이 나서서 한 일에 일본 매춘부들과 조선 여자들이 돈 벌려고 응한 일이라며 잡아떼었습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 ‘근로정신대’ 문제 모두 일본 정부가 관여한 일이며, 일본군 29명 당 1명의 위안부가 필요한 걸로 계산해 ‘위안소’를 두도록 했음이 곧 드러났습니다. 그래도 일본은 1965년의 한일협정으로 다 끝난 문제라며 여전히 완강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1000번째 수요집회 때 세운 ‘평화비’를 철거하라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나, 잘못을 인정하고 깨끗이 해결하고자 하는 용기가 없어서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웃을 잘 만나야 행복하다는데 참 아쉽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청구권 분쟁을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밀려 해결에 나선 우리 정부의 진심입니다. 일본을 향해 던진 말이 진심이라면, 그간 모르쇠로 일관한 잘못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정책 실행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뜻만 있으면 너무 원통해서 눈물도 안 나온다는 할머니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드릴 수 있습니다. 세밑에 울리는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 타종행사에 ‘위안부’ 할머니를 모셔 2012년 새해를 ‘종군위안부 문제’ 꼭 해결하는 해로 만들자는 의견이 트윗을 달구고 있다는데 참 좋은 방안이 될 듯합니다. 일본의 처분만 기다릴 게 아니라 교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했다고 자랑하는 그 경제력으로 몇 분 되지도 않는 할머니들의 얼마 안 남은 삶을 따뜻하게 보살펴 드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역사교육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균 수준의 인문고 2학년 학생들 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일본군의 성노리개로 끌려간 ‘위안부’와 강제 노동을 위해 끌려간 ‘정신대’의 차이를 잘 모른다는 학생이 절반이 넘었습니다. 생체 실험으로 악명 높았던 731부대는 74명 중 58명이 모른답니다. 일본이 식민지배의 청구권 문제는 다 끝난 거라고 주장하게 만든 김종필-오히라 메모는 딱 2명만 조금 알고 72명은 거의 모른답니다.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중 유일하게 ‘종군위안부’ 표현을 사용했던 니혼쇼세키신샤(日本書籍新社) 교과서가 채택률이 낮아 2010년 4월 발행 신청을 중단함으로써 자신들이 비열한 인권범죄자였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된 일본만 까막눈이라고 탓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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