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풀 이야기 / 곤드레
■ 우리 풀 이야기 / 곤드레
  • 김지홍 시민기자
  • 승인 2012.01.21 10:31
  • 호수 5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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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이 아니라 ‘밥’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물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을 베고 누울지라도 즐거움이 또한 여기에 있으니 의롭지 않은 부귀는 나에게는 뜬 구름 같도다.(飯蔬食 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 如浮雲)”<논어 술이편>
위 구절로 보면 나물밥은 가난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춘궁기에 곡식이 떨어졌을 때 막 돋아나는 나물을 요긴하게 이용하며 굶어죽는 일을 면했던 것이다. 그러나 쇠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 곡물사료 16kg을 먹이는 육식의 시대에 나물은 오히려 건강식으로 취급되고 있으니 세상이 좋아진 것인가. 그렇다면 양육비 때문에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자연에서  채취한 나물 한 접시를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공자의 도를 실천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천초목이 헐벗은 한겨울에도 우리 조상들은 채식 위주였다. 배추나 무를 소금에 절이고 발효시켜 먹었고 나물은 말려서 갈무리한 다음 두고두고 꺼내 먹었던 것이다. 이러한 나물 중에 곤드레가 있다.
식물의 이름은 국제식물명명규약에 기준한 학명이 있으며, 각 나라마다 사용하는 언어로 이르는 국명이 있다. 또 한 나라에서도 지방에 따라 따로 부르는 이름을 향명이라 한다. 곤드레는 강원도 정선 지방에서 부르는 향명이고 국명은 ‘고려엉겅퀴’이다. 학명은 Cirsium setidens (Dunn) Nakai 이다.
곤드레는 ‘술에 취해 정신을 놓은 상태’를 이르는 ‘곤드레 만드레’와 관련이 있는 단어로 흔히 오해하지만, 그 옛 형태는 ‘곤들레’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도 곤들레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들레, 둥굴레와 같은 계열의 식물 이름인 것이다.
곤드레는 나물 중에서도 우리 민족이 가장 흔히 먹었던 식물이다. 전국의 산야에서 많이 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밥이나 죽, 국으로 먹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보통의 산나물은 맵거나 톡 쏘는 휘발성의 향이 있어 가끔씩 기호음식으로는 먹을 만 하지만 매 끼니 먹을 수 없는데, 이 곤드레는 삼시세끼 몇 달을 먹어도 탈나거나 질리는 일이 없다. 이 곤드레라는 이름에는 이 나물로 보릿고개를 버티며 살다간 수많은 한반도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국명으로 삼아도 채 담지 못할 만큼 큰 의미가 있는 식물이다.
여러해살이풀 곤드레는 겨울을 난 땅 속의 뿌리에서 이른 봄 잎을 올린다. 이런 잎을 근생엽이라 한다. 곤드레의 근생엽은 한 무더기로 올라온다. 우리가 식용을 하는 부위는 이 근생엽이다. 6월이 넘어가면 질긴 섬유질이 들어 있는 줄기를 올리고 그 줄기에 경생엽이 돋는다. 이 줄기와 경생엽은 먹지 못한다. 7월이면 그 줄기의 끝에서 엉겅퀴와 비슷한 보라색의 꽃이 핀다.
곤드레는 섬유질, 단백질, 필수지방산, 비타민A, 칼슘, 인, 철분, 베타카로틴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당뇨와 고혈압, 혈액순환에 좋아 성인병에 두루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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