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희망을 뿌려요
세상에 희망을 뿌려요
  • 최현옥
  • 승인 2003.01.16 00:00
  • 호수 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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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이씨의 얼굴은 보름달 그 자체.
전기는 필라멘트의 저항이 있기에 가능하며 그 충돌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밝은 빛을 발한다.
이점홍씨(57·장항 신창)가 밝히는 세상 역시 촛불처럼 희생과 인내를 바탕으로 은은하고 고요하게 빛나고 있다.
“달빛과 호롱불로 살아가던 오지마을에 전기를 놓아주면 주민들이 고마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30여년 동안 세상을 밝혀온 이씨는 감사함과 감동을 쉽게 잃어버리는 시대에 과거 배선공사 후 주민들이 고마움을 전하던 마음을 아직도 간직하고 살아간다.
지금은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변해 전기 사용은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일상이 되었지만 빛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 익히 알기에 일에 대한 사명감과 소신으로임하고 있다.
“배전반은 일명 5분대기조로 밤·낮 없이 전 직원 비상사태로 근무한다”는 이씨는 장항·서천·한산·비인 등 26구간 선로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고 있으며 서천지역 전기역사의 산 증인이다.
1966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내선과 외선 공사를 비롯 전주 세우는 일 등 기술을 배운 이씨는 71년 정식 입사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자동화기기가 도입되어 무정전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자동제어가 되어 현장공사도 많이 수월해졌다.
그러나 이씨가 일을 시작하던 시절 대부분의 업무가 수작업으로 이뤄졌으며 전신주 하나만 세우는 데도 20여명의 인력이 동원되었다.
또 이동수단이 자전거가 전부였으므로 자전거 바퀴를 1년에 2번 정도 갈아야 할 형편이었다.
공사현장 곳곳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씨 역시 2만2천9백 볼트가 흐르는 전신주에서 일을 하며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으며 작업도중 실수로 감전사로 목숨을 잃는 동료들도 허다했다.
“악천후 때 사고발생이 높은데 지난 87년과 94년 수해로 몇 날 몇 일을 꼬박 일하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는 이씨는 주민들에게 불편 없이 전기가 공급되는 순간 모든 것을 보상받는다.
지난해 사고발생 건수는 1천7백50건이며 한번 치는 번개로 전압기 30∼40대가 한꺼번에 나갈 정도로 돌변사고가 많은 전기. 주민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빗속을 뚫고 바람을 가르며 전신주에서 신속한 대처를 위해 노력하지만 가끔 전화로 사고처리가 늦다는 핀잔을 들을 때 속상하기도 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일해온 동료들이 버팀목으로 있기에 내가 있다”는 이씨는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시련이 깊을수록 더 강직한 모습으로 일한다.
또 남몰래 가족들과 함께 로타리클럽에서 장학사업을 펼쳐오고 있으며 지난해 가족 봉사인패를 수상했다.
“3D업종 기피현상으로 수리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없어 걱정이다”는 이씨는 그들에게 땀흘려 일하는 자의 보람과 함께 모범이 되고싶다.
“전기는 편리한 것이지만 순간의 실수로 위험한 일이 많이 발생한다”는 이씨는 ‘주민들이 달에 정기적으로 누전차단기를 점검하여 항상 안전하게 전기를 사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변압기가 집집마다 전기를 공급하듯 맡은 일에 대한 묵묵한 실천으로 사랑을 나누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이씨는 오늘도 어둠을 조금 밀어내고 은은하고 고요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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