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녹이는 수호천사의 사랑
겨울 녹이는 수호천사의 사랑
  • 박노찬
  • 승인 2002.02.24 00:00
  • 호수 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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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위해‘서천수양관’운영하는 인숙환 목사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모두가 다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부족한 능력이나마 어려운 형제·자매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할 뿐입니다”
시초면 선동리 폐교 선동초등학교를 활용해 사랑의 둥지를 틀고 있는 ‘서천수양관’원장 인숙환 목사(60·여).
인 목사는 이 곳 서천수양관에서 머물고 있는 스물한명의 지체장애인들과 치매환자, 그리고 무의탁 노인들에게 있어서는 수호천사와 다름없는 존재다.
여자로서는 드물게 목사 신분을 갖고 있는 인 목사는 본래 아산시 온양에 위치한 만민기도원을 17년간 운영하며 사회봉사를 해 왔었다. 그러던 중 기도 중에 “폐교를 활용해 봉사에 전념하라”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남편 김몽집 목사와 함께 평생 애써 모은 전 재산 2억3천여만원을 다 털어 선동초교를 매입한 후 이 곳에서 사랑의 집 ‘서천수양관’을 운영하게 된 것.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난 10월 서천수양관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남편 김 목사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인 목사는 ‘고통받는 자들과 늘 함께하라’는 하나님의 사명을 혼자 완수해야 하는 짐을 짊어지게 되고 말았다. 서천수양관은 현재 온양에서 함께 살던 알코올중독자 7명, 서천지역 출신의 치매환자와 정신지체장애인 14명 등 21명의 식구들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거동은 물론 오줌·똥마저 제대로 가누지 못해 24시간 수발을 받아야만 그나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 그러나 인 목사의 애정은 이들이 모진 삶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갖게 해주는 유일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하면 여기 있는 분들이 갈 곳이 없어요. 더구나 하나님의 사명을 저버린 다는 것이 죄악이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늘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합니다. 그러면 힘이 나거든요”
종교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인 목사의 한마디였다.
그러나 이 같은 신앙심에도 불구하고 살림을 꾸려나가는데 어려움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눈물을 글썽이며 가늘게 떠는 인 목사의 목소리는 서천수양관이 처한 실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대변하고 있었다.
실제로 서천수양관은 외부의 도움 없이 5백여평의 실내를 입식으로 수리하고 심야보일러를 설치하는 등 이 곳 식구들에게 보다 나은 공간을 제공키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데다가 스무 명이 넘는 대식구가 살다보니 생활비마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나마 5천여평의 학교운동장을 밭으로 개간해 고추, 고구마 등을 심어 부식을 해결하고 인근 교회 신도들의 도움으로 근근히 버티고는 있지만 그사이 빚은 1억여원이 훌쩍 넘을 만큼 불어났고 “항상 그 무엇보다 쌀이 급한 실정”이라는 인 목사의 말처럼 이제는 양식마저 해결하기에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실정 속에서도 인 목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서천의 후한 인심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혐오시설이라며 기피했던 지역주민들이 인 목사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한 후로는 시시때때로 쌀·떡·파 등을 갖다주는가 하면 반석의원·공정형외과·서해병원·신농씨한의원 등은 무료진찰과 함께 손수 약까지 지어 환자들을 돌보아 주고 있다. 교회신도들 역시 틈만 나면 이 곳을 찾아와 생활비와 생필품을 지원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서천수양관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 내 복지시설로 자리잡아 나가는 것은 바로 이들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서천수양관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서로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손과 발이 되어주며 함께 더불어 섬기며 사는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주님께 기도합니다. 어느 누구나 예수 이름으로 환영하는 만큼 어려운 분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이 곳을 찾길 바랍니다”
힘든 처지 속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길 바라는 인 목사의 소박한 소망은 이 추운 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사랑이기에 충분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서천수양관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복음자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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