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 공무원 행사 참여 언제까지
업무시간 공무원 행사 참여 언제까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2.04.30 14:40
  • 호수 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4일은 고르지 못했던 날씨를 말끔히 정리한 화창한 봄날이었다. 아홉 번째를 맞는 ‘심동리 산벚꽃길 건강걷기대회’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서천군의 산촌 경개는 한폭의 그림이었다. 군데군데 벚꽃이 만개해 병풍처럼 두른 산을 수놓고 있었다.
판교면 심동리 하동에서 중동, 상동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승용차들이 속속 몰려들어 벚꽃길걷기대회 행사장은 500여명의 인파가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갑자기 분주하게 만들었다.
태평성대를 만나 하루 날 잡아 자연 속에서 이같은 잔치를 벌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판교면발전협의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안타깝게도 대민업무를 위해 자리를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주최측에서 공무원들이 많이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날 행사 분위기는 공무원들의 잔치로 보였다. 행사규모가 초라해 보일 것을 우려하는 주최측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래서는 안된다.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행사를 주말로 옮겨 평일 바쁜 업무로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고 고향을 떠나 도회지로 나간 출향인들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심동 계곡의 아름답고 정겨운 산천을 감상하기 위해 원근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특산물 하나라도 더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7일 금요일 문예의 전당 대강당에서는 올들어 처음으로 서천군 문화학당이 열렸다. 각 분야에서 유명세가 있는 강사를 초빙해와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지역주민들과 관공서 공무원, 각 사회단체 회원들의 지식의 폭을 넓히고 정서를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마련한 문화학당은 수년째 같은 방식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날 이 행사에도 참가자들은 주로 공무원들이었다. 이날 오후 이곳에 참여한 공무원들에게 업무상 전화를 했던 많은 사람들은 ‘출장중’이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같은 폐해를 시정하며 진정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학당이 되도록 개선을 요구했지만 올해도 군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공무원들이 업무 시간에 틈을 내 대거 참여한 것이다. 누가 와서 보더라도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서천 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큰 강당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강의를 수년째 계속해오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문화적 편차도 차이가 있어 이러한 대규모의 집단적 성격의 강의는 요즈음 같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예산이 조금 더 늘더라도 이를 세분화하여 주민들의 수요가 있고 문화적 갈증이 있는 곳에 투입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 문화학당이 공무원들의 ‘수면보충시간’이라는 말이 나온지 오래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