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이제 그만!
색깔론 이제 그만!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2.06.04 13:06
  • 호수 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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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다. 갖가지 색으로 정신없이 꽃잎을 토해내던 봄이 가고, 열매를 맺기 위해 무성하게 성숙해지는 여름이 도래했다. 더운 날씨로만 치면, 지난 한 달도 결코 여름만 못지않게 더위를 발산했다. 그러나 앞으로 당분간 맞이할 날들은 조석으로 서늘하던 오월은 아닐 것이다. 우리들이 생활하기에 지칠 만큼 더위와 싸우면서 보내야 할 여름이겠지만, 식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추우면 추워서 싫고, 더우면 더워서 싫기는 하지만, 4계절을 가진 우리나라의 계절이 참 좋을 수밖에 없다. 추울 때는 더울 때를 생각하고, 더울 때는 추울 때를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어느 순간엔가 변화가 내 곁에서 느껴져서 좋다. 춥고, 덥다보면 선선한 봄, 가을이 있어서 좋다. 내 삶의 나이테를 그릴 수 있어서 좋다. 4계절이 제각각 제 빛깔을 토해내서 좋다. 다양해서 참 좋다.
다양한 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낸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양함을 추구한다.


우리는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이데올로기 대립의 최전선에서 다양성을 제약받고 살아왔다. 60여 년이 지난 민주정치 체제가 나름대로 상당한 발전을 했다고 자평하지만, 아직까지 흑백논리에 익숙해 있다. ‘빨갱이냐, 아니냐?’나 ‘용공(容共)이냐, 아니냐?’가 한 사람의 생명까지 좌지우지하는 척도였다. 반세기를 넘도록 대한민국의 시민을 가슴 졸이게 하였다.
25년 전만 하여도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팽팽했으니 그렇다고 치자. 오늘날은 어떠한가? 지구상의 공산주의는 무너졌다.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사회주의도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개인주의에 기반을 둔 요소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반성이 사회주의의 복지를 받아들여 사회주의 요소를 포용한 신민주주의가 대세이다.
북한은 어떠한가? 그들은 애초부터 사회주의 국가답지도 못했고, 공산주의를 실행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그저 흉내만 내다가 가랑이가 찢어진 참새 같은 존재였다. ‘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하면서, 김일성이 죽자 ‘주석’의 자리를 18년 동안 비우고, 이번에는 김정일이 죽자 ‘국방위 위원장’ 자리를 영구히 공석으로 하겠다고 한다. ‘주석’이니, ‘국방위 위원장’ 자리가 프로야구 선수 등번호도 아닌데, 영구히 공석으로 하겠다니...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그런 북한을 좋아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북한에서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저 오기 하나만으로 핵을 빌미삼아 세계에 억지 땡깡을 부리는 그들이 아닌가! 왕국도 아닌 나라가 3대째 정권을 대물림하는, 나라라고 하기에는 애들 장난치는 집단 같은 북한이 아닌가!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에 지쳐 탈북을 유일한 탈출구로 삼으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종북(從北)을 하겠다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프랑스의 위정자들이 “독일은 저 모양인데, 왜 우리만 비판하는가?”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실존주의 철학자인 싸르트르는 “비교할 가치가 없는 것에 비교하란 말인가?”라고 언론에 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위정자들 중에서도 그런 자들이 적지 않음이 서글프다. 더 잘 나가고, 더 만족스런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라면서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과거에 ‘내 편 아니면 빨갱이’로 몰아붙이듯이, 오늘날에 ‘내 편이 아니다 싶으면 종북론자’로 흑백의 잣대를 대는 것은 아닌가.
위정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시민을 믿어달라고... 그들의 비판을 순수하게 귀에 담아 들으면, 훌륭한 위정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아부의 달콤한 숨결보다 쓴 비판의 목소리가 당신에게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이후로 필자는 그 누구도 ‘종북론’을 거론하는 사람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빨간 장미가 가득한 유월에 아무런 생각 없이 장밋빛에 도취되어 있다가, ‘나도 빨간 물이 드는 것은 아닐까?’ 하며 흠칫 놀라던 과거의 회상을 떨쳐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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