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은 따뜻한가요?”
“그 곳은 따뜻한가요?”
  • 최현옥
  • 승인 2003.01.30 00:00
  • 호수 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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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은 훈훈한 봄바람
아침 8시 부부는 부모의 묘 앞에서 이마에서 가슴으로 오른편 가슴에서 왼편가슴으로 선을 그으며 십자성호를 표한다.
‘아버님, 어머님 당신이 누워있는 그곳은 얼마나 춥습니까? 어제 밤 따뜻한 방에서 잠을 청한 저는 부모님의 자리가 못내 안쓰러워 잠을 설쳤습니다. 오늘의 제가 있는 것은 당신의 보살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은혜에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죄송할 따름입니다.’
부부의 묵념은 길어지고 있었다. 20여 년 전 부모를 먼저 보내고 매달 대전에서 2번 성묘를 다녔던 부부는 2년 전 선산 옆에 집을 지었다. 시묘살이를 자청한 것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무덤 서쪽에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했지만 부부는 끊이지 않는 걱정에 아예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조석으로 부모의 묘를 돌아보며 정성을 다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저의 효 실천은 아버지가 부모에게 한 것에 비교하면 반에도 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성묘를 다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이영수(73·시초면 후암리)씨는 부모에게 효를 하는 법을 눈으로 익힌 그대로 실천하고 있을 뿐이란다.
“장손으로 태어나 부모를 모셨고 6대 종손으로 산소를 수호할 의무가 있는 자신에게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하다”는 이씨는 이제야 소원을 풀었다.
부인 김우진(68)씨 역시 매일 묘를 돌보며 잡초하나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남편의 출근시간이 늦어 아침에 성묘를 못한 날에는 저녁에 연락, 성묘를 자청한다. 이런 부인의 정성은 남편 이씨를 능가 할 정도이다.
그의 집안에는 부모님의 흔적이 곳곳에 살아있다. 서예에 능했던 부친의 친필과 사진 등 그가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부모님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잠이 들지 않았으며 항상 이부자리를 보았다”는 이씨는 “추운 겨울날 차디찬 땅에서 잠드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자는 것이 죄송하다”며 한숨을 내쉰다. 그의 이런 묵묵한 실천은 자녀들에게 교훈이 되고 있으며 손자·손녀들에게도 부모에 대한 공경심을 자연스럽게 심어주고 있다.
아버지가 항상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라는 당부를 받들어 농촌지역 보건 향상을 위해 봉사하는 카톨릭 의료 선교사업에서 일하는 이씨. 현재 서해병원과 서해재단, 부여 성요셉 병원 등 7개 기관에서 47년 동안 감사와 내부강사로 활동중이다.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육신의 건강은 신의 축복이다”는 그는 성실을 근본으로 이른 의 나이에도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며 열심히 살아간다. 지난해에는 마을회관 부지가 부족하여 선대 유산을 공동의 이익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을에 땅을 희사하였다.
“산업사회가 발달할수록 핵가족화 되고 효의 정신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이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실천이며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극진히 모시는 것이란다.
“가깝다고 가장 소홀하게 대할 수도 있는 것이 가족인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이씨는 아직까지 시골에서는 효의 정신이 퇴색되지 않은 것 같아 좋고 이곳에서 효 정신이 정착하도록 만들고 싶다.
백발이 성성한 나이, 봉사와 희생을 바탕으로 부모가 자신을 돌봤듯 여생을 세상에 봉사하며 살고싶은 이씨는 독야청청 부모의 묘소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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